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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지나친 '상표권 사랑' [thebell note]

강우석 기자공개 2016-01-11 10:08:54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4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계에서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레오투자자문이 사모펀드 운용사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 자문사가 운용사로 전환할 경우 기존 상호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런데도 레오투자자문은 레오자산운용이 아닌 '프롬자산운용'이라는 상호를 검토 중이다. 왜일까.

"삼성이 레오(LEO)와 관련된 것들을 모조리 상표등록 해 놨어요. 사자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상표들은 삼성이 확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레오투자자문 관계자의 말이다. 레오는 사자자리라는 뜻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레오의 한글상표는 삼성전자가 취득했고 영문상표(LEO)는 삼성카드가 등록을 마친 상태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이 상표를 신탁업, 은행업, 증권업, 채권매수업 등 금융업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레오투자자문 입장에서는 레오자산운용이라는 상호는 쓸 수 있어도 'LEO Asset Management'라는 영문상호는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표권을 향한 삼성의 사랑은 계열사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4년 종합자산관리 랩 'POP UMA'를 출시했다. 시장에 내놓기 2년 여 전인 2011년 9월 일찌감치 상표출원을 마쳤다. 취소소송에 의해 번복되지 않는 한 삼성증권은 UMA 상표를 10년 동안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갱신등록할 경우 10년 이상도 쓸 수 있다.

하지만 UMA는 특정인이 배타적인 사용권을 가질만한 상품이 아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UMA(Unified Managed Account)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UMA를 '주식, 채권, ETF, 뮤추얼펀드 등 모든 자산을 담을 수 있는 계좌'라 정의하고 있다. 악사(AXA), 모건스탠리, UBS, 피델리티 등 미국 금융사들 대부분이 UMA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경쟁사들이 POP UMA와 동일한 상품을 '다른 상표로' 출시하면서 고객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한 증권사 상품기획팀장은 지점 내방 고객들의 문의를 정리하다 당황했다고 한다. 랩어카운트 관련 문의 중 8할이 '이번에 출시한 종합자산관리 랩과 삼성 UMA의 차이점이 뭐냐'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원치 않았던 모 증권사는 UMA 상표를 쓰기 위해 삼성 측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 측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철저한 준비 하에 움직이는 모습이 '삼성 답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준비가 지나쳐 쓰지도 않을 상표를 등록하거나, 일반명사를 독점하는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동료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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