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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돌발 행동, 산은 등 KAI 주주 '부글부글' 유력 인수후보의 거래 감행에 '멘붕'…산은, 하루만에 2000억 평가손실

민경문 기자공개 2016-01-08 17:47:06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격적이었다"

"여타 KAI주주들이 제대로 허를 찔렸다"

한화테크윈의 한국항공우주(KAI)지분 매각을 둘러싼 시장의 후폭풍이 거세다. 작년 말 주주간 공동매각 제한이 풀린 이후 유력한 블록딜 후보는 현대자동차와 두산이었다. 현대차는 KAI인수에 대한 무관심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두산은 자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화테크윈은 가능성 면에서 가장 '후순위'나 다름 없었다.

특히 2014년 말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등을 포함한 삼성계열사 인수로 KAI 지분 10%를 '덤'으로 얻은 이후 꾸준히 KAI 인수 후보로 떠올랐던 한화테크윈이었다. 방산업 확장이라는 시너지 측면에서도 '그림'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한화종합화학 지분의 계열사 매각으로 4418억 원을 확보한 점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더했다.

더구나 아직 새해 벽두였다. 상당수 유럽계 투자자들은 아직 휴가에서 복귀하기도 전이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 안된 상황이라는 점도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테크윈은 블록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과감히 거래를 감행했다는 얘기다. 주관사(JP모간) 선정도 사전 조율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테크윈으로서는 현대차, 두산 등 여타 KAI 주주들이 먼저 블록딜에 나올 것을 가장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 매각 제한은 풀렸지만 주주간 보유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은 여전히 유효했던 상황이다. 한화테크윈이 현대차와 두산에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한 이후 곧바로 '선수'를 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테크윈을 제외한 KAI 주주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한 때 9만 원을 넘나들었던 KAI주가는 블록딜 이후 6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와 두산으로서는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셈이다. KAI에 대한 한화테크윈의 인수 의지가 높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고, 오버행(overhang) 이슈를 고려할 때 이들이 추가로 블록딜에 나서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장 최대주주인 산업은행(26.75%)의 타격이 크다. 주가 하락으로 하루 만에 2000억 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입었다. 사실상 한화테크윈을 염두에 두고 KAI에 대한 공개매각 의지를 밝혀왔던 산업은행이지만 정작 한화테크윈의 '돌발행동'으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KAI주가가 회복할 때까지는 공개매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공동 매각 제한이 풀렸다하더라도 KAI 주주들이 지분 매각과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거나 잠정적인 합의 절차를 거쳤다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로 눈치싸움만 펼치다가 KAI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이 루저(loser)가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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