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08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중공업이 경영 상태가 부실해졌을 때 밟는 절차인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으나 재무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이 부족 자금으로 알려진 2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게 자금 조달 여건을 완화해 줬다면 자율협약을 신청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한진중공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담당 파트를 기업금융실에서 구조조정실로 이관했다. 조만간 채권은행 협의회를 열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유동성 위기 징후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말 한진중공업에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권고했다. 한진중공업이 밝힌 일시적인 부족 자금은 약 2000억 원이다. 어느 부분에서 자금 운용 상에 문제가 발생했는 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주채권단으로부터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중공업의 금융권 익스포저는 약 2조 2000억 원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부족한 운전자금은 2000억 원 정도"라며 "인천 율도부지, 동서울 터미널 등 보유 중인 자산의 가치만 2조 원이 넘으며 부동산 외에 선박 판매대금, 건설 부문에서 유입되는 현금이 있기 때문에 금번 위기만 넘기면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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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발생했으나 전반적인 재무상태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한진중공업의 총차입금은 4조 6811억 원으로 2014년 말 대비 31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순차입금도 2014년 말 3조 760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조 8812억 원으로 줄었다.
차입금이 줄면서 부채총액이 감소했고, 그 결과 2014년 말 311%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303%로 하락했다. 2014년까지 55% 수준이던 차입금의존도도 50%로 낮아졌다. 다만 현금성자산은 3505억 원에서 2335억 원으로 10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현금이 유입될 때마다 차입금을 상환한 결과로 해석된다.
재무 건전성만 놓고 봤을 때 자율협약을 신청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국내 조선 빅3 중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작년 3분기 말 부채비율은 각각 234%, 318%로 한진중공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자본총액은 얼마 전 4142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대우조선해양보다도 5000억 원 가량 많다.
작년 3분기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내는 등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필리핀 생산 거점인 수빅조선소는 작년 3분기 21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사손실충당으로 인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인천 율도부지, 동서울 터미널 등 단기에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도 가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율도 부지, 동서울 터미널을 모두 매각할 경우 약 2조 3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율도 부지 분할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약 5300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채권은행이 자금 조달 조건을 완화해줬다면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동종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채권단 공동관리를 권고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2010년~2011년 희망버스 사태 등을 겪은 이후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각종 자산을 매각하는 등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며 "조선업 시황이 원체 좋지 않고,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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