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2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29일은 국내 생명보험회사로는 유일하게 '지방생보사'로 남은 DGB생명이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시끌벅적한 1주년 기념식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DGB생명은 내부적으로 사내에서 직원들이 모여 조촐하게 1주년을 기릴 예정이다. 생명보험시장의 험난한 영업 환경을 돌아보면 전국구 생명보험회사도 아닌 지방생보사가 걸어가야 할 길은 까마득하다는 점에 임직원의 어깨는 무겁다.국내 생명보험시장은 유독 지방생보사에겐 난공불락의 요새임이 증명됐다. 1988년 지금의 기획재정부인 당시 재무부는 부산생명·대구생명·광주생명·대전생명 4곳의 지방생보사 설립을 정식허가했다. 지방경제활성화와 생명보험시장 개방화 논의가 탄생 배경이다. 기존 생보사의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갈 듯하던 4곳의 생보사는 초기 반짝 성장 이후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산생명은 1993년 1월초 한성생명으로 사명을 바꾼다. "지방이름을 그대로 상호로 사용하는 것 때문에 부산·경남 지방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의 영업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서울 등지에서 점포와 보험모집인 확보가 원활해질 것"이라는 게 개명의 이유다. 그러나 개명도 지방생보사의 성장동력 확보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거친 후 한성생명은 LG그룹으로 피인수됐고 사명을 럭키생명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전국구 생보사로 변신했다.
이후 2006년 LIG그룹이 LG그룹에서 분가할 때 LIG생명이 됐고 우리은행으로 되팔리자 우리아비바생명이 됐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 일환으로 다시 NH금융지주로 매각된 뒤 2015년 1월 DGB금융지주에 팔려 DGB생명이 됐다. 돌고 돌아 근 18년여만에 다시 지방생보사로 돌아왔다. 엄밀히 따지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지방생보사가 아니라 어쩔 수없이 다시 지방생보사로 돌아간 곳이 DGB생명인 셈이다.
왜 지방에 사업 근거지를 둔 생보사는 모두 멸종된 것인지에 대해 한 생명보험회사 CEO는 사석에서 만나 "지금은 한 곳도 남지 않고 모두 사라졌다"며 "생명보험과 관련된 시장에서 전국구 브랜드의 신뢰도가 지방 브랜드의 신뢰도를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무리한 영업과 빈발한 사고도 지방생보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팔기 어려워 전국구 브랜드와 경쟁을 한 점도 전략의 부재로 꼽힌다.
과거의 영업환경과 현재의 영업환경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는 점에 출범 1주년을 맞는 DGB생명의 고민이 있다. 지역민의 애정을 등에 업고 지방에서 다시 터를 닦을 것인지, 과거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전국구 전략을 밀고 나아가야 할 지의 문제다. 수도권에 지점만 내면 보험료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던 과거의 호시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대면 채널'은 구식 취급을 받고 있으나 그렇다고 '비대면 채널'만을 활용해 영업 활로를 뚫는 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다행히 여러 복합 전략을 받아들여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을 정리하고 수익성 있는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 영업을 하다보니 수익이 났다는 점은 DGB생명의 위안거리다. DGB생명은 지방생보사라는 약점과 무수한 대주주 변경에 따른 인력 유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까지 1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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