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특수은행]여신관리 매뉴얼 지켜지나[기업은행③]모뉴엘 충당금 오락가락...과도한 상매각 등 사후관리 치중
윤동희 기자공개 2016-01-22 09:41:57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0일 09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10월 촉망받던 중견기업 모뉴엘이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수천억대의 대출 사기극이 전모를 드러내던 순간이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제공한 내역에 대해서는 보증채무금과 보험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을 깨고 6개월 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무보의 이의신청협의회는 보증액 전액 지급 면제 판단을 내렸다. 은행들은 즉각 소송절차에 착수했다. IBK기업은행과 외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KDB산업은행 등이 행동에 나선 은행이다. 이중 기업은행의 모뉴엘 여신이 1500억 원 가량으로 가장 많았다.주목할 점은 기업은행이 모뉴엘 여신을 대하는 태도였다.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은 즉각 신용대출에 대해 100%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았고 무보 보증액에 대해서도 50~60%의 충당금을 쌓았다. 패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자연스러운 조치였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달랐다. 무보의 보증액에 대해서는 아예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승소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소송가액은 보증규모인 990억 원이다. 기업은행은 이후 보증액 7~8%에 달하는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시간을 두고 충당금 적립을 시작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은 신용대출에 대해 100%, 보증액에 대해 50%의 충당금 적립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기업은행의 여신 관리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승소를 확신하더라도 소송결과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충당금을 우선 적립하고 승소 후 충당금을 환입하는 게 일반적인 처리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보와의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충당금을 쌓는 것이 합리적인 프로세스"라며 "무보의 보증금 지급 판정을 100% 확신해 충당금을 전혀 쌓지 않는 것은 여신담당자의 개인적인 확신이 과도하게 개입된 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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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사건은 기업은행의 불안한 여신관리 시스템을 표현하는 여러 사례 중 하나다. 기업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부실채권 비율을 업계 수준으로 맞추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선제적인 리스크관리보다는 상·매각 등 사후관리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권선주 행장이 리스크관리 부문장 출신이지만 여신관리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기업은행의 지난 3분기 기준 여신규모는 162조 원이다. 전년 말 대비 6.9%,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규모다. 부실채권 비율도 1.42%로 업계 평균 1.41%와 비슷하다. 문제는 분기별 부실채권 비율의 격차다. '관리의 신한'이라 불리는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기업은행의 들쭉날쭉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더 부각된다. 일관성을 보이는 신한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의 수치는 분기마다 불규칙적이다.
기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의 분기별 변동은 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와 깊은 연관이 있다. 부실채권을 털어내면 그만큼 부실비율이 줄어드는데, 기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더 많은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분기 성장률 6~7%를 보이며 기업은행과 비슷하게 성장했다. 신한은행의 여신은 29조 원 많은데 상·매각되는 여신은 기업은행이 신한은행의 평균 1.5배다. 기업은행의 작은 여신규모에 비하면 신한은행의 2배 정도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선정된 신용위험 C·D등급 중소기업 중에서는 주채권은행이 기업은행인 경우가 많았다. 시중은행과 숫자가 비슷하긴 했지만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 같은 부실화 정도가 비슷하다는 점을 뒤집어보면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특화된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여신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지난 3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65%로 신한은행보다 0.07%p 높다. 기업은행은 결국 사후관리로 부실비율을 관리하는 것으로 사전에 여신과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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