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26일 14: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ICD)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자마자 해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금융권 신용등급 회복이 요원한데다, 집단담보대출 규제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결국 쌍용건설의 최대 과제는 국내 건설 사업에서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를 이루느냐 여부가 거론된다.

쌍용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2억 5200만 달러 규모의 도심지하철 TEL 308 공구 공사를 수주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사를 수주한 주체는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이 각각 75대 35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현지 조인트벤처(JV)다.

쌍용건설 수주 싱가포르 TEL 308공구 공사 위치도.

TEL 308 공구는 싱가포르 남북을 가로지르는 톰슨 라인 남쪽 동부해안 지역 지하철을 연결하는 공사다. 일부 구간은 지반이 연약하고, 또 아파트 밀집지역이 있어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공사로 전해진다. 공사기간은 85개월이다.

이번 공사 수주 성공 배경은 ICD가 주요 주주로 들어섰다는 점이 컸다. 지난해 2월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정부발주공사 참여를 위해 필요한 신용도를 최상위 등급(BCA A1)까지 회복시켰다. 최대 민간은행 UOB와 최상위 등급 수수료율 적용 보증한도 약정도 체결했다.

아울러 최저가 입찰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쌍용건설은 ICD의 지원 여력에 큰 점수를 얻은 덕분에 승전보를 올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입찰에 참여한 JV는 시공능력, 기술력, 안전관리능력, 경영능력 등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이번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쌍용건설은 ICD를 등에 업고 두바이에서도 잇단 수주고를 올리며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 8억 4000만 달러 규모의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을 비롯해 팜 게이트웨이(3억 8600만 달러), A 프로젝트(3억 7000만 달러) 등 3건의 공사를 현지에서 수주했다. 총 공사비는 16억 달러 규모다.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의 경우 준공시 두바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호텔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162층(828m) 규모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 등 보다는 낮은 규모(47층)로 지어질 예정이지만, 매우 특이한 형태로 설계가 이뤄져 준공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건축물이 될 것이란 평가가 벌써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보다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건설 해외영업 총괄 이건목 상무는 "ICD가 세계적인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후 두바이, 싱가포르, 한국을 연결하는 3개 HUB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번 수주는 자국 업체간 협력한 모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서는 얼마나 조속한 시일내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아직까지 의문시된다. 주택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기반은 갖췄지만, 정작 공사비 조달을 위해 필수적인 금융권 신용등급 회복이 아직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선 ICD를 최대주주로 맞이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건설은 주택 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등급을 지난해 9월 BBB+까지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BBB+ 이상 등급을 보유해야만 공사로부터 안정적 공사 보증을 받을 수 있고, 보증이 있어야만 분양 사업에 나설 수 있다.

쌍용건설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분양 사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최근 경기도 용인과 광주를 후보지로 놓고 리모델링과 지역주택조합 사업 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어떤 곳이 됐든 현지에서 경쟁사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워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국내 금융권 신용등급 회복이다. 글로벌 각지에서는 ICD가 대주주로 들어선 직후 발 빠르게 신용등급 복원이 이뤄졌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대출 등을 위해 필요한 신용도를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 현재 쌍용건설의 금융권 신용등급은 BB+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권에서 쌍용건설의 등급 회복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실시된 집단담보대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에서 건설사의 신규 주택 사업과 관련해 집단담보대출을 아예 거부하거나 보류한 금액이 2조 1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억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에 따라 집단대출에 보수적 기조로 돌아선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제 이후 제1금융권에서 보수적인 기조로 일관하면서 중견기업은 신규 주택사업을 벌이는데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다"라며 "현 추세에서는 쌍용건설 역시 당분간 대규모 주택사업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