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16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사업대표와의 대화'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김정환 조선사업 대표와 직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2016년 경영 계획 및 중점 추진사항 △사업본부가 처해 있는 상황 △구체적인 위기 극복 방안 등을 공유했다.

그간 사업본부 대표가 직원들과의 대화의 장을 만든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업대표와의 대화'는 이내 울산, 군산, 서울 등 각 사업장으로 전파되며 전사적인 정례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지난주까지 총 18회의 행사가 열렸고, 2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참여했다.

경영진이 직원들과의 스킨십에 나선 궁극적인 목적은 경영 정상화다. 2년 연속으로 조 단위 적자를 내며 위기감이 극에 달한 상황. 긴축경영, 원가절감 등의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소통을 통해 직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패배의식을 걷어 내는 한편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했을 것이다.

'사업대표와의 대화'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듯 하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혁신을 위한 건의'의 수가 전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불필요한 연수, 회식을 자제하는 등 비용절감에 동참하자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 노동조합도 근래 들어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STX해양조선 등 동종업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더 지켜봐야 하지만 예전에 비해 직원들의 태도나 눈빛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얼마 전 만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직 내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이 같이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흑자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그러나 저유가로 인해 좀처럼 선박 발주가 나오지 않는 등 주변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에서 추가적인 공사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장비, 전기전자 등 다른 사업부의 선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흑자전환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금처럼 유기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정상화 노력을 지속한다면 흑자전환이 그렇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본격적인 긴축경영 체제에 돌입한 작년 4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3000억 원 이하로 줄인 것은 긍정적 신호다.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기세를 몰아 생산, 영업, 연구개발, 경영지원 등 전 부문에 걸쳐 뼈를 깎는 쇄신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원활한 쇄신을 위해서는 경영진이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각 사업본부 대표들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