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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일임업 비법 전수에 증권사 뿔났다 [ISA 진단]당국 "은행 인가 준비 부족"‥금투업계 부글부글

최은진 기자공개 2016-03-22 06:32: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1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투자일임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위기다. 투자일임업 인가를 위한 심사과정에서 은행들의 사업역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으로 판단, 경쟁사인 증권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쟁사에 영업비법을 전수하라는 금감원의 태도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 금감원 "인가는 해줘야 하는데 은행 역량 의구심"

금감원은 현재 은행들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운용을 위한 투자일임업 등록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약 14개 은행들이 투자일임업 등록을 준비 중이고 KB국민은행 등 총 3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에 대한 열망으로 전방위적 로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막상 당국의 허용을 받고 나니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 인력 채용 등 준비 작업만으로도 한달 이상 소요되고 있다.

투자일임업 인가를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에 이런저런 문의는 상당히 많이 오고 있지만 시스템 마련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일임업 인가의 기본요건인 인적·물적설비와 모델포트폴리오(MP) 구성절차 등도 제대로 준비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은 ISA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라도 은행의 투자일임업 심사 및 인가를 조속하게 처리해줘야 하는데 사업역량이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투자일임업 심사 및 인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일임형 ISA 판매가 시작될텐데 자칫 불완전 판매, 투자자 보호 등의 문제가 불거질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ISA 본격적으로 출시된만큼 은행들의 일임업 ISA 판매를 위해서라도 빠르게 투자일임업 인가를 해줄 계획이지만 준비가 부족해 금감원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보호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가급적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사 동원해 전방위적 지원…금투업계 "금감원, 은행 감싸기 넌센스"

금감원은 은행들의 일임형 ISA 출시가 가급적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일임업 심사 및 승인 등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 상 심사에 2개월 가량을 소요할 수 있지만 이보다 빠른 한달 내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은행들이 생각보다 준비 상태가 매우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들의 역량 끌어올리기에 고심 중이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증권사 동원하기'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의 투자일임 담당 실무진들에게 은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노하우 전수를 요청했다. 이는 금융위원회나 금융투자협회에 사전 협조 요청 등을 거치지 않고 금감원 자체적인 기획에 따라 마련됐다.

이들 증권사들은 금감원으로부터 직접 요청받은 사안이라 다른 실무를 모두 제쳐놓고 설명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직접 요청해 은행들에 투자일임업 비법 전수를 해주라는데 이를 가벼이 여길 수 있는 증권사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다른 일 다 제쳐놓고 자료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금감원은 상생차원에서 업권 간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미화시키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말은 못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끊고 있다.

여태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경쟁사에 공개하는게 말이 안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설명회가 금융위나 금융투자협회 측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기획됐다는 점도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경쟁사에 영업 정보를 전수하라는건 한마디로 넌센스"라며 "금감원이 ISA 안착에 매몰 돼 은행들에게 지나치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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