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후예·시그널...흥행 드라마 점찍은 VC 효과는? 프로젝트 직접투자 없어 제작사 기업가치 상승에만 만족할듯
김나영 기자공개 2016-04-04 08:44:56
이 기사는 2016년 03월 30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히트작으로 떠오른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 등 웰메이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일반 중소기업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이를 감지한 일부 문화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들은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문화산업전문회사를 결성하는 형태가 가장 많았고 가끔 제작사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의 경우에는 어떠했을까.
◇ 일반 드라마보다 제작비 높아도 외부투자 'NO'
30일 문화콘텐츠업계와 벤처캐피탈업계 등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를 제작한 태양의후예문화산업전문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은 아쉽게도 없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와 KBS 자회사인 KGCS가 각각 50%씩 출자했고 이외의 외부 투자를 일절 받지 않았다.
시그널을 제작한 에이스토리에는 보광창업투자·SBI인베스트먼트·네오플럭스 등이 지난해 지분 투자를 마쳤다. 투자금액은 보통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섞어 각각 15억 원씩 총 45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역시 작품에 관한 프로젝트 투자가 아닌 회사 자체에 대한 투자였다.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의 제작비는 일반 드라마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인 공중파 드라마 제작비는 3억 5000만~4억 5000만 원선이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비싸다는 사극도 5억 원선을 채 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태양의 후예는 130억 원, 시그널은 70억 원을 들여 찍었다.
태양의 후예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은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를 설립해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와 중국·일본에 선판매가 완료되면서 이미 제작비 130억 원의 대부분을 회수했다. 국내 방영권은 KBS에 전회 기준 40억 원, 중국 판권은 아이치이에 회당 25만 달러(한화 약 3억 원, 16회 기준 48억 원), 일본 판권은 19억 원에 판매돼 총 107억 원을 거둬들였다.
여기에 드라마 내 간접광고(PPL) 등이 약 30억 원으로 대거 이뤄지면서 첫 방송 전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는 것이 NEW 측의 설명이다. 중국·일본을 제외한 해외 판권의 추가 판매와 누적 조회수, 음원 판매, 리메이크에 따른 부가 이익도 지속적으로 창출될 예정이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최소 제작비의 1.5~2배가 넘는 매출을 종합적으로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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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통큰 베팅...시작부터 손익 분기점 넘겨
시그널도 시작부터 BEP를 넘긴 것은 매한가지다. 방영채널인 tvN을 소유한 CJ E&M에서 제작비 70억 원 전액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공중파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가 제작사에게 제작비의 절반이나 그 이하의 금액만 지원한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의 경우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지만 시청률 인센티브를 제외한 수익에 대한 공유는 없다.
그럼에도 제작비 70억 원을 방송사가 모두 지원한 것은 이례적인 케이스다. 일반적으로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 제작비가 공중파보다 더 낮은 2억 원 후반~3억 원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CJ E&M이 보통 케이블 드라마의 20배가 넘는 제작비를 시그널 한 작품에 베팅한 셈이다. 다행히 시그널의 경우 케이블 채널에서 나오기 힘든 시청률 13%대를 달성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맛봤다.
이 같은 방식에서는 실질적인 수익이 얼마나 제작비를 아끼느냐부터 계산된다. 국내 판권이 아닌 해외 판권 수익과 PPL 등을 합산하면 실제 이익이 집계된다. 아직 판매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 역시 제작비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에이스토리는 CJ E&M으로부터 받을 시청률 인센티브도 상당하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에이스토리에 지분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이 당장 수익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 지분에 투자한 것과 작품에 직접 투자한 것은 별개의 건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한 이익이 추후 제작사의 영업이익으로 잡히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린다. 결과적으로 제작사 지분 투자를 완료한 벤처캐피탈들이 얻는 직접적인 이익은 없으나 회사 가치 상승에 따른 간접적인 수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최근 벤처캐피탈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 유망한 작품에 잇달아 투자해왔으나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은 외부 투자에서 비켜나 있었다"며 "다만 시그널의 경우 제작사 지분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이 향후 회사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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