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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채 발행량 2조 육박, 공모채 시장 구축 현실화 공모채 대비 1/10 비중…'울며겨자먹기' vs 공시 기피 맹점 활용

김병윤 기자공개 2016-05-04 13:18: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사모사채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공모채 발행량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시점에 나타난 결과여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모채 시장 구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 수요예측 기피와 공시의무 회피 시도 등 자본시장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

◇공모채 막힌 발행사, 사모채 '우르르'

올들어 지난달까지 발행된 사모사채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총 회사채 발행 물량의 11% 정도 규모다. 사모채 발행이 모두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비자발적 발행에 나선 기업의 경우 신용도 저하 등으로 공모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 사모채로 선회한 곳이 대부분이다. 실적·재무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이러한 사모채 조달 요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의적 발행 경우 발행사들이 사모채 조달의 편의성만을 쫓아 규제 회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증권신고서 작성에 따른 시간 소요를 줄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기업의 내밀한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투자자와 발행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 확대와 그에 따른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들어 사모채를 발행한 곳 중 20%가 건설·해운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업종 불황에 공모채 시장에서 투심이 떨어지자 자금 조달 방식을 사모채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SK해운이다. SK해운은 1998년 회사채를 처음 발행한 뒤 줄곧 공모채를 발행해 왔다. 2013년에만 1600억 원 어치 공모채를 찍었다. 2010년에서야 처음으로 1억 달러 규모 해외 사모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SK해운은 2014년부터 줄곧 사모채만 발행하고 있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국내 신평사 3사 모두 SK해운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한 노치(notch) 강등했다. 그해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는 단 한 곳의 기관투자자 수요 모집에도 실패했었다. 결국 2014년 SK해운은 발행 금리를 3년물 공모채 민평(4.955%)보다 100bp 가량 높은 5.9%에 사모채를 발행했다.

대성산업가스 경우 2012년 이후 줄곧 사모채만 발행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 역시 2012년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후 2년새 신용등급은 A0에서 BBB+까지 추락했다.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 들어 각각 1200억 원, 800억 원 어치 사모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모두 1년이다. 그룹 계열 중단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차입 구조가 단기화됐다. 두 곳 모두 현금 창출을 위해 기업공개(IPO)만을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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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요 충분하지만 사모채 '기웃'…정보 공개 기피?

공모채 시장에서 충분히 조달 능력이 되지만 사모채를 발행하는 경우도 많다.

신용등급 AA-(안정적)의 카카오가 가장 대표적이다. 카카오 경우(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후 기준) 지난해 12월 첫 시장성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3년물 2000억 원 어치 조달한 것. 당시 수요예측에서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올 3월 3년물 700억 원 어치 사모채로 조달한 뒤 지난달 2500억 원 어치 공모채를 다시 조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채와 사모채를 번걸아 발행하는 이유는 금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 번에 대량으로 공모채로 발행할 경우 금리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사모채로 분산할 경우 민평금리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 역시 사모채와 공모채를 번갈아 발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2월 3·5년물 총 1000억 원 어치 발행했다. 그해 11월 LG이노텍은 마찬가지로 3·5년물 총 1000억 원 어치 발행했었다. 올 2월 다시 500억 원 규모 사모채를 조달한 뒤, 지난달 1500억 원 어치 공모채를 조달했다.

LG이노텍 경우 신용등급도 긍정적이다. 국내 신평사 3곳 모두 지난해 중순 LG이노텍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노치 상향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악화된 신용등급 때문에 사모채로 선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증권신고서 제출 부담을 줄이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발행사 입장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에 따른 정보 공개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사모채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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