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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의 핀테크 세상]디즈니·구글이 주는 교훈"트렌드 변화 고려 대표 DNA 강화시켜 줄 시너지 찾아 과감한 실행 필요"

신승현 옐로금융그룹 대표공개 2016-05-11 09:30: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9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않고 ‘핀테크'를 꼽을 것이다. 내가 핀테크 기업에 다니고 있어서가 아니라 유심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핀테크에 거는 일종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들은 일련의 핀테크 붐을 4차 산업혁명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등을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울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사실 금융과 IT의 융합을 일컫는 핀테크는 엄밀하게 말하면 전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미 우리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PC나 스마트폰 등 문명의 이기인 IT 기기를 이용해 금융을 만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토록 ‘핀테크'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영역의 파괴와 융합이 만들어 내는 ‘신세계'로 이전과 내용과 형식이 다른 금융 서비스 출현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이 어떤 분야인가. 대체적으로 규제 산업을 얘기할 때 흔히 금융업을 예로 든다. 그런 금융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기에 핀테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건 아닐까.

다른 산업에선 기술의 발달이 몸통을 통째로 바꿔 놓을 만큼 새로운 무언가 시도되거나, 혹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모습들을 종종 지켜봤었다면, 금융은 IT 기술이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규제 산업'이라는 틀을 깨뜨리지 못한 채 IT 기술을 단지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IT 기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비스의 전파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졌고, 그 결과 금융 분야에서도 단일 영역 안에서, 또는 핀테크처럼 다른 부문들과 이종 결합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일궈 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과 다소 동떨어진 얘기일 지는 모르나 충분히 교훈이 될 만한 얘기를 한 가지 하겠다. 역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군림해오던 디즈니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컴캐스트'로 인해 갖게 된 디즈니의 위기 의식,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과 관련한 이야기다.

2004년 인수 얘기가 나왔을 무렵 디즈니는 1999년 ‘타잔'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채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흥행작을 내놓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디즈니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던 경쟁 기업으로는 컴퓨터그래픽과 3D 애니메이션 기법이라는 신기술 분야에서 강세를 띤 ‘픽사'와 ‘드림웍스'가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디즈니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엄청난 ‘캐릭터' 군단을 보유하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는 있었지만, 과거 영화(榮華)에만 매몰돼 있다 보니 급기야 컴캐스트와 같은 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히는 지경까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물론 디즈니 이사회의 반대로 인수는 불발이 됐지만, 당시 디즈니는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건 다름아닌 변화를 위해선, 아니 그보다도 살아남기 위해선 남들이 보기엔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때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 있어 디즈니는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픽사'와의 합병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위기 의식 가운데 선택한 적과의 전략적 동침이었지만, 전통적으로 ‘스토리'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디즈니와 ‘첨단 애니메이션 기법'을 자랑하던 ‘픽사'의 합병은 대성공을 기록, 마침내 디즈니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을 호령하는 독보적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 2013년 전세계적으로 ‘엘사 열풍'을 일으키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겨울왕국'은 전통적으로 ‘스토리'와 ‘캐릭터'에 강한 디즈니의 DNA가 변화와 혁신을 거쳐 업그레이드 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세상에 한껏 과시했다는 평을 듣기에 충분했다.

핀테크와 좀더 가까운 분야로서 ICT업계에서도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융·복합이 경쟁처럼 이뤄지고 있다. ‘구글'이 지난 몇 년 간 추진한 인수합병 건만 해도 100여 건에 이르고, ‘페이스북', ‘애플'도 건수에서는 이보다 못 미치지만 저마다 성장과 진화가 빠른 ICT업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융·복합 전략을 통해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검색'의 대명사로 명성을 구가했던 구글이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것은, 현재 스마트폰 플랫폼 경쟁에서 경쟁자 애플의 iOS를 점유율 면에서 멀찌감치 따돌리면서 우위를 선점하게 된 핵심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얘기한 디즈니와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서 구글에 대한 이야기지만, 디즈니와 구글의 성장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건 다름아니라 일시적으로 기업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성장 전략으로서의 인수합병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제적으로 미래를 내다봤다는 점, 그리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 가진 유니크한 DNA를 기반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비즈니스 확장성을 고려, 혁신 전략으로서 인수합병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무엇보다 빠른 상황 판단과 과감한 실천이 뒷받침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약 디즈니가 ‘픽사' 인수를 주저하며 과감히 추진하지 않았다면, ‘만화-동화 왕국 디즈니'는 오늘날 ‘겨울왕국'과 같은 흥행을 일궈 내긴 어려웠을 것이고, ‘구글'이 ‘검색엔진의 대명사'에만 스스로 안주한 채 ‘안드로이드' 인수에 소극적이었다면, 모바일 OS 80% 점유율 달성은 물론 ‘알파고'와 같은 혁신적 결과물을 세상에 선 보이진 못했을 것이다.

디즈니와 구글의 사례를 들여다 보면서, 냉혹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급급해 ‘열정'만을 앞세운 단기 성장전략을 쓰지 않고, 트렌드의 변화를 고려해 내가 지닌 대표 DNA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시너지를 찾아 과감한 실행을 할 수 있는 ‘냉철함'이 기업을 얼마나 큰 폭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디즈니는 만화영화의 성공에만 만족하지 않고, 2009년 또다시 ‘마블 엔터테인먼트사'를 전격 인수, 흥미진진한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서 바야흐로 영화 비즈니스의 중흥기를 일궈내고 있으며, 구글 역시도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서 이젠 ‘무인카', 그리고 얼마 전에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성공 가능성까지 자신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일궈내는 기업으로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은 누구나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말로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고, 더욱이 그걸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다만 기업이 영속을 목적으로 소비자와 트렌드 변화를 염두에 둔 꾸준한 성장 전략에 몰입한다면,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대한 우려를 넘어 시장에서 확실하게 통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핀테크 붐을 바라보면서 우리 금융도 이젠 오랫동안 현실에만 안주해 오던 단기적인 성장 전략에서 탈피하여 기술과 그에 따른 변화가 만들어 내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일종의 시대적 숙명을 깨닫게 된다.

항상 위 아래가 바뀌고 패러다임의 격변이 일어나는 시기엔 스스로의 힘만으로 버티고자 하면 변화의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없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의 출현이 가능해 지도록 활발한 융·복합을 주도해야만 거기에 더 큰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특히 금융은 속도와 효율성,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오래도록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탄탄한 시스템, 요샛말로 하면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도 함께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쌓아 올린 금융 플랫폼에 핀테크라는 이종 교배를 통해 좀더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금융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간 우리나라 금융은 금융 선진국을 지향해 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중심에 서지 못하고 주변에만 머물러 있다. 스스로도 금융인으로서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와 있지만,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 수준에서 만족하고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남들이 핀테크를 한다고 우리도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가진 우수한 IT 인프라에 기회가 있고, 변화의 흐름을 포착해 높은 파고를 기다려 배를 띄울 수 있는 혜안 가운데 또 기회가 있으며, 그리고 함께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과 자본이 모인다면 금융 분야에서도 대중들이 선호하는 일류 기업의 탄생을 볼 날이 머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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