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30일 06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은 정책본부를 통해 이뤄진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호텔롯데도 정책본부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정책본부를 이끄는 이봉철 지원실장(부사장)에게 최고 자랑거리는 롯데쇼핑 IPO다. 이 부사장은 롯데쇼핑 상장 과정에서 당시 이사의 직급으로 총괄 역할을 수행했다. 2006년 런던과 국내 시장에 동시 상장시켰으며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 속에서도 상장을 이뤄냈다는 점은 이 부사장이 자랑할 만하다.
공모가를 40만 원으로 결정하면서 롯데그룹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 그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희망 공모가를 34만~43만 원으로 제시했다. 당시에도 희망 공모가가 비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롯데그룹은 딜을 강행했고 40만 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국내와 런던 시장에서 약 4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롯데쇼핑은 엄청난 상처로 남았다. 주가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상장하자마자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했다. 공모주 펀드매니저들이 여전히 롯데쇼핑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이유다.
롯데쇼핑 IPO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정책본부 수뇌부의 마인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섬뜩하다. 자본시장의 평판과는 상관없이 그룹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선이다.
호텔롯데는 면세점이 가장 호황이던 지난해 중반 20조 원의 밸류에이션을 스스로 이야기했다. 면세점 재선정 과정에서 면세점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20조 원을 고수했다. 그리고 희망 공모가를 제시하면서 밸류에이션을 13조~16조 원으로 낮췄다고 마케팅한다.
호텔롯데가 제시한 공모가를 보면서 투자자들은 롯데쇼핑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정책본부에 실망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어떤 펀드매니저는 공모 규모가 너무 커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밖에 없지만 너무 비싸 호텔롯데 IPO를 외면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했고 살아남기 위해 진화했다. 16학번 학생이 들어오는데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여전히 06학번으로 남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본시장 최대의 덕목은 신뢰다.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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