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잔혹사, 반면교사 사례 없나 ②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반도체 빅딜 "추진력은 닮아야"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6-02 09:07: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0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답이 안보일 때는 과거의 사례에서 힌트를 찾는다. 효율적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 모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국내 기업·산업 구조조정은 득보다 실이 클 때가 많았다.국내 대표 크레딧 애널리스트도 과거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결정들에 쓴소리를 더했다. 개별 사례에 대한 판단은 갈렸지만 강한 추진력을 나타냈던 케이스는 적었다는 의견이다.
사회 : 한국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돕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내놓기로 했다. 산은이 구조조정 실탄 마련의 구원투수가 되는 모양새다.
B :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자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자해지라고 보며 된다.
D : 산은이 상황을 초래한 면이 있다. STX조선해양도 이렇게까지 되는데 산업은행의 책임이 크다. STX조선해양도 정책자금 지원만 믿고 나빠져 왔던 거다.
C : 과정상의 산업은행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희생양이자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처럼 비칠 뿐이다.
B : 2007~2009년은 '광기의 시대'였다. 어지간한데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은 곳이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 인수하고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사고 그동안 모아 놓은 자금을 3년 동안 쫙 쏟아부었다.
C : 산업은행은 리먼브라더스 인수하려고 했지.
B : 당시 산은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제안했다. 샀으면 국가가 무너졌다. 산업은행이 실사까지 하고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에 인수에 나선다는 기사도 났다. 본인 임기 때 판 한번 크게 벌여보려는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 산은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지분인수를 제안했다. 그러나 협상이 길어지고 산은이 수십억달러를 리먼 인수에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산은은 그해 9월 10일 인수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5일 후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다. 이후 리먼브라더스의 유럽,아시아 부문은 노무라증권에 인수됐다. 실적악화로 노무라증권은 최근 리먼브라더스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기자 : 평가해볼만한 과거 결정이 더 있을까. 해외사례 중 살펴볼만한 것이 있다면?
A :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지휘했다. 카드 사태때도 김석동 전 위원장이 '이건 누가 사고, 이건 누가 증자해' 이런 식으로 딱딱 정리하지 않았나. 지연 없이 빨리 이뤄졌다. 몇 달씩 결정 없이 상황만 나빠지는 지금 상황에서 보면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D : 카드사 때는 큰 의사결정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A : 그렇더라도 방향 정해주고 결정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C : 예전엔 정권에서 칼질하던 때고 지금은 좀 다르다.
A :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도체 빅딜을 했다. 이젠 그런 개입이 가능한 시대는 아니다.
(※ IMF 사태 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자 정부는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도록 했다. LG그룹의 당시 핵심사업 부문인 반도체가 다른 회사로 넘어간 것. 이후 현대전자는 부실로 인해 법정관리 기업이 됐다. 회사명은 '하이닉스'로 바뀌었고 미국 마이크론에 헐값에 팔릴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다.)
C : 이젠 그런 식으로 구조조정하고 자금지원 해주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 그렇게 할 수가 없다.
D : 공감한다. 법정관리 들어가지 않는 한 법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C :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정부가 나선다는 말만 있지 뭘 하겠다는 것이 없다.
A : 유럽은 WTO 제소 가능성을 알면서도 합병했다. 프랑스 컨테이너선사 씨엠에이씨지엠(CMA-CGM)이 법정관리 들어갔다가 살아났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만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D : 중국은 체제가 국가자본주의니까 가능한 것이다.
C : CMA-CGM 신용등급은 CCC다. 세계 3위권이긴 하다.
D : 세월호가 떠오른다. 보고만 올라가고 결정을 안 해주는 상황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대출갖고 간접적으로 규제한다는 것 아니겠나 싶다
사회 :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삼아 현재 이야기를 해보자. 국책은행이 자금수혈하면 살아날까?
B : 문제는 업황이 돌아서 줄 것인가다. 그러나 자금수혈만으로 단기간 내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후 3년 정도 지나서 업황이 좋아진다면 확 살아날 거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진 건 과거에 해야할 결정을 미룬 탓이 크다. MB 정부 때 한 번 조정하고 갔어야 했다.
STX조선해양이 힘든 상황에 접어든건 최근의 일이 아닌데, 정리할 기회를 놓쳤다. 구조조정으로 살아난 업체는 저가 수수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일단 수입을 잡아야 하니까. 그럼 다른 업체까지 타격을 받아 망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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