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인증, 이슬람 시장 진입의 만능열쇠? [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시장 진출의 성패는 결국 시장 수요
고영경 교수공개 2016-06-03 09:01:29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1일 17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할랄 인증이 붐이다. 라면과 김, 유제품 그리고 신고배와 홍삼제품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관건은 할랄 인증이 이슬람 수출시장 확대에 얼마만큼 기여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고가의 홍삼제품은 국내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중 최고로 대접받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다. 몸에 열을 낸다는 인삼과 홍삼의 차이점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캐나다산 인삼보다 가격대비 성능에서 얼만큼 우월한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돼 있지 않다. 반면 맛이 좋기로 소문난 한국산 배는 이미 해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 일반 소비자가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할랄 인증 로고가 새겨진 포장지가 붙어 있는지 여하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다. 한국산 화장품은 할랄 인증이 없이도 잘 팔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꾸준한 신제품개발과 다양한 가격대 그리고 친환경 식물성 화장품이 대세가 된 덕택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상품에서 할랄 인증이 매출 신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패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 시장의 수요 즉 소비자의 요구가 무엇이고 이에 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일반 이슬람 소비시장의 규모가 연평균 대략 11%씩 성장한다는 예측과 더불어 지금 사용하지 않더라도 할랄 인증 상품을 더 구매하겠다는 소비자 조사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할랄 인증을 받으려는 움직임은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활발하다. 우리 정부도 할랄 인증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라면이나 즉석식품, 유제품,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의약 제품 등 할랄 인증이 필수불가결한 품목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할랄 인증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이슬람 각 국가들 마다 별도 인증기관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전체 이슬람 국가에서 동일하게 사용되는 통합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UAE가 각각 MUI, JAKIM, ESMA라는 기관을 통해 인증을 발급한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으면 UAE에서 인증을 받기가 더 수월할 수는 있지만,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보장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할랄 인증은 음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가공-포장-보관- 운송 등 상품 제조에서 판매되기까지 전과정에 두루 걸쳐있다. 예를 들어, 한국 라면은 할랄 인증을 받아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널리 판매되는 인기상품이다. 라면에 할랄 인증이 없다면 스프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무슬림이 선뜻 구매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소규모의 국내 화장품업체가 이슬람 시장 진출을 위해서 개별 국가마다 할랄 인증을 받기는 어렵다. 어떤 계층의 소비자가 타겟인지, 그 비용으로 식물성 화장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유리한지 아닌지 분석하고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음식을 찾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건강이나 친환경, 즉 웰빙에 대한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 건강식품, 유아용품, 화장품, 심지어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Made in Korea'는 이슬람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구축해 놓고 있다. 저가의 중국산과는 달리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또한 한국 음식도 건강식이라 알려져 있다. 더운 지역의 음식은 달고 기름기가 많은 반면에, 한국음식은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기름을 적게 쓴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 나온 슬로우쿠커나 쥬서기 등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수요를 이끌어낸 사례이다. 특히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 직전에는 건강보조식품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셀링 포인트가 명확하지 못한 상품인데도, 한국산이니 더 비싼 값에 잘 팔리지 않겠느냐 여기고 무턱대고 이슬람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한 해외시장은 사실 어디에도 없다. 한국 브랜드의 우위를 살리면서도, 명확한 제품의 차별성과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파급력이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성분 표시, 실험 결과, 특허 등을 검증된 문서로 제출해야 판매검토를 한다. 한국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상당수는 수입 유산균을 사용한다. 독일이나 일본업체보다 뒤떨어져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는 프론티어마켓이 한국 브랜드 상품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경쟁회사, 경쟁제품보다 비교우위가 무엇인지, 할랄 인증이 지금 필요한지 파악하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씨유메디칼 "AED 원격관리시스템 관심 확대"
- 거대 양당 연이어 은행장 소집…관세 후폭풍 대응 논의
- [보험사 CSM 점검]신한라이프, 신계약 성과로 극복한 부정적 예실차 효과
- [상호관세 후폭풍]RWA 조이는 금융지주, 비은행 반등 멀어지나
- [상호관세 후폭풍]금융지주, '환율 급등'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은
- [생명보험사는 지금]30년 넘게 이어진 빅3 체제, 깨질 수 있을까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신설' 내부통제위, 감사위와 위원 중첩 못피했다
- [지방은행vs인뱅 구도 변화]확장성 제한적인 지방은행, 인뱅에서 돌파구 찾는다
- '빌리루빈 신약' 빌릭스, 급성신장손상 치료제 2상 추진
- [i-point]폴라리스오피스그룹, '밸류업' 주주 우대 서비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