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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vs 이노션' 블록딜 흥행 대결, 승자는 없었다 [Deal Story]양측 모두 할인율 밴드 밑단 그쳐…저조한 국내기관 참여율 한몫

민경문 기자공개 2016-06-14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0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8일 장 마감 이후 두 개의 블록딜이 동시에 등장했다. 신일철주금과 SC제일은행이 각각 보유 중인 포스코 지분과 이노션 지분이 매물로 나온 것. 국내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의 지분이 한번에 블록딜 매물로 나온 건 흔치 않은 사례다. 양측도 상대방의 거래 추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각각의 거래 사이즈가 1000억 원대로 크지 않았고 산업군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 모집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래도 미묘한 경쟁모드가 조성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독 주관사로 선정된 씨티글로벌마켓증권(포스코)와 JP모간(이노션) 뿐만 아니라 대기업간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각각은 할인율로 1~3%(포스코)와 4~8%(이노션)를 제시했다. 보호예수가 종료된 이노션의 경우 모간스탠리PE, 스틱컨소시엄 등 여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추가로 엑시트에 나설 수 있다는 오버행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거래량 대비 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할인율을 낮게 가져갈 수 있었다.

외형상 북빌딩은 '성공적'이었다. 신일철주금과 SC제일은행은 당초 목표한 포스코 지분(75만주)과 이노션 지분(135만주)을 전량 처분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양사 할인율은 2.5%와 7.8%로 당초 제시한 밴드의 하단에 그쳤다. 투자 수요가 목표액을 채우긴 했지만 경쟁률이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수의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 블록딜은 1 대 5, 이노션은 1 대 3 정도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물량 대부분은 해외 기관 투자자에 집중적으로 배정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 투자가들이 90% 이상의 물량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기관투자가 참여를 좀 더 유도했다면 할인율을 보다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JP모간이 '일부러' 국내 기관 대상 마케팅을 안 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국내 증권사가 주관사단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소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는 월크로싱(wall-crossing)을 통해 사전 수요를 맞추고 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수수료를 더 주는 것도 아닌 만큼 굳이 무리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각 주체인 신일철주금과 SC제일은행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 기관 대상으로 세일즈를 했는데도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관이 섣불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절대다수가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예상했던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우량주인 포스코와 이노션의 블록딜에 불참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상승세를 탈 것 같았던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포스코와 이노션 주가도 전일 대비 각각 3.56%, 5.14% 떨어졌다. 전일 양사의 블록딜에 참여한 해외 기관 투자가 중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차익 매물이 쏟아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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