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2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연금을 대하는 금융위원회의 스탠스는 보수적이던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 올해 4월25일 '내집연금3종세트'를 출시한 이후 주택연금 가입신청건수와 상품공급동향을 실시간 중계하듯 보도자료를 생산해 낸다. "평생 일한 당신을 위해, 이제 집이 일할 차례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곁들였다. 금융위원장까지 나섰다. 임종룡 위원장은 "부모는 '내 집이 바로 노후연금'이라 생각하고 자녀는 '부모님께 상속받을 것은 집이 아니라 부모님의 행복'이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인식 변화를 위한 맞춤형 홍보와 함께 주택연금 제도개선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가입자가 점증하고 있는 주택연금 상품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이 상품은 노후를 미처 대비하지 못한 고령층이나 미흡한 연금수령액에 불만이 많았던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를 안정화시켜주는 역할이 가능해 보인다. 부동산에 잠겨 있는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유동화시켜 장롱에서 실물로 돈이 유통되는 효과도 만들어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금융정책 목표를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행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자율이나 가입자격과 같은 부수적 불만 외엔 관심을 갖고 있는 다수가 상품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은 보완의 관계에 있지 대립관계에 있지 않다"며 "정부의 보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상품이 주택연금이므로 오히려 정부가 더 나서서 주택연금을 홍보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택연금과 같은 사적 노후자금 마련 수단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홍보할 일인 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의 연금 체계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적연금'의 역할과 위상에 그리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아서다.
노후자금은 크게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주택연금 포함)' 3가지 상품을 주축으로 설계된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국민연금의 의존도는 떨어진다. 이걸 금융정책과 연금정책의 성과라고 한다면 상당한 오판이다. 시중은행의 한 전직 임원은 이 문제에 대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대출금으로 노후를 보내라는 홍보를 국가가 나서서 할 일인가"라며 "공적연금의 실패를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며 한마디로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음'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금개혁 의지도 퇴색할 수 있다. 그는 "주택연금 활성화가 정부의 업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과 자랑하는 건 다른 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성장이 이제는 끝났음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사안이기도 하지만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 고령사회에 전 인구의 5분의 1이 주택연금에 노후를 맡겨 둔 사회를 상상해 보길 바란다. 성장은 난망한 사회이고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 또한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해 보인다.
주택연금 시장의 상황을 취재하며 깜짝 놀란 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회의원이나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심사는 오로지 이자율 인하 또는 보증료 인하 등 표심과 연관돼 있는 근시안적 정책 뿐이었다. 열심히 일하면 내가 갖고 있는 주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에 의해 노후가 보장되는 사회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다 노후를 위해선 지금 주택을 반드시 사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나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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