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다른 지역, 같은 고민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고객자산운용본부장공개 2016-07-13 08:53:57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1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언젠가부터 익숙하게 들리는 안타까운 신조어가 있다. '헬(hell) 조선'. 객관성이 있을까 하면 글쎄다.

일본 시중은행의 신입연봉은 2500만 원 수준이다. 홍콩에서 제일가는 금융기관의 신입연봉도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홍콩 원룸의 월세는 200만 원을 웃돈다. 대만에선 신입사원 평균연봉이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시중 은행은 4000만 원 초반에서 시작한다. '헬'을 벗어나면 더 나은 낙원이 있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가 어려운 건 정권 탓이라는 야당도 내심은 안다. 자신들이 여당이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끊임없이 속죄양을 찾아 제단에 올린다.

지난달 5일 스위스에서는 1년에 약 3만 달러, 원화로 월 300만 원씩 전 국민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요지로 하는 기본소득법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결과는 76.9%의 반대로 부결. 언뜻 보기엔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단체의 주도로 상정되었다가 다수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면에는 좀 더 복잡한 스토리가 있다.

지난달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는 예상을 깨고 탈퇴 52%라는 결과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65세 이상 연금소득 의존 시민들이 탈퇴를 지지한 결과다.

트럼프는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강대국 미국에서 변두리당의 후보가 아닌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가 확정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의 민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미국 안팎에서 심각하게 대두됐고 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법에 대한 법안을 상정하며 부제로 붙인 꼬리표가 '디지털 배당금'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술이 대체할 사람의 일자리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유지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약 350만 명의 트럭 운전사가 있는데 단일 직업군으로는 29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하는 큰 일자리다.

그런데 현존하는 기술은 무인으로 운행하는 트럭을 실현시켜 놓고 테스트 드라이빙 중이다. 트럭운전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 있는 기술을 우리는 눈앞에서 보고 있다. 다른 직업들은 안전한가. 불행히도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영국에서 탈퇴를 지지한 노령층은 유럽연합(EU) 분담금과 이민자들로 인해 자신들의 복지와 연금재원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한 결과를 표심으로 보여줬다. 그것이 미칠 다른 여파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탈퇴를 종용한 정치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백인으로 태어나 의무교육을 이수하면 중산층으로 편입돼 큰 걱정없이 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단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민자부터 실리콘밸리 전문직까지 인도인, 중국인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는 백인들에게 트럼프는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직업을 잃거나 불안한 백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지역과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변화하는 세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EU를 탈퇴하면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속삭이는 영국의 정치인, 이민자들을 몰아내면 미국인의 일자리가 안전해질 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우리가 집권하면 청년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는 정당. 모두 본질이 같은 고민에 대해 신기루에 비친 오아시스로 가자고 유혹한다.

관념에 그치기 쉬운 '혁신'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구현해내는 회사들의 주가 상승률은 신기루의 해법이 아닌 실제적 해법에 대한 의미를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의 5년(2011년 7월4일~2016년 6월27일) 주가 상승률은 227%다. 구글(Google)은 158%, 테슬라(Teslar)는 6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54%상승했고, KOSPI는 10.2% 하락했다.

문제에 대한 해법의 본질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미래에 닥칠 문제는 미래의 프레임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를 푸는 바른 방법에 대한 혜안을 오랫동안 보여줬던 고(故) 엘빈 토플러 박사를 떠올려본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상무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미래에셋증권 국내 및 AI, 해외펀드 마케팅팀장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생명보험 변액보험운용실장
미래에셋생명보험 고객자산운용본부장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