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22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 운용사 대표는 몇 달 전 한 증권사 투자권유대행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증권사 IB 출신이라는 그는 굴리는 자금만 2000억 원에 달하는 소위 '큰손'이었다. 그는 이 대표에게 자신의 고객만을 위한 공모주 펀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관계가 끈끈한 IB들로부터 직접 받아온 물량을 담으면 되고, 매도도 알려준 시기에 나서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는 여러 운용사에 동일한 제안을 했다. 100억 원 남짓한 규모로 다수의 펀드를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물량의 한계가 있는 공모주 투자 특성 상 펀드사이즈가 지나치게 크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 대표는 이 은밀한 제안을 거절했다. 그의 말을 신뢰하기에는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이해 상충 소지가 컸다. 특정 펀드에 공모주를 몰아 담으면 타 펀드가 수익 낼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외부 운용 지시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기도 했다.
공모주는 요 근래 가장 '핫'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올해 호텔롯데, 해태제과, 두산밥캣,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어들이 IPO(기업공개)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헤지펀드 문턱이 낮아지자 투자 열기는 고스란히 옮겨 붙었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한국형 헤지펀드 140개 중 13%는 공모주나 프리IPO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였다. 공모주 투자를 전략 중 하나로 활용하는 펀드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숫자는 2배 이상 늘어난다. 이중 절대 다수는 올 들어 신규 설정된 것들이다.
신생사들이 공모주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이유는 작은 규모로도 수익률을 끌어 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펀드 대부분은 설정액이 5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롱숏 등 주류를 이루고 있는 헤지펀드 전략보다 구사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초기 성과와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신생사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얼마나 달콤할까. 트랙레코드와 네트워크가 중요한 공모주 시장에서 별 다른 노고 없이 이름을 알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시장이 활황을 띈 덕에 소규모 공모주 헤지펀드들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중에는 제도권이나 재야에서 다 년 간 플레이어로 활동했던 곳이 많다. 그러나 이름도 생소하고 시장에도 알려지지 않은 곳들은 어떻게 그 많은 수익을 냈을까. 뛰어난 실력 덕이었다고 믿고 넘기기엔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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