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자본주의와 마이너스 금리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증권운용본부장공개 2016-09-12 08:59:25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9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1%라니, 당혹스럽다. 70~80년대엔 1억 원이라는 돈의 위력이 한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할 만큼 컸다. 정기예금에 1억 원을 넣어놓으면 연 12%의 이자율로 매달 백만 원의 이자는 거뜬했다. 이 정도면 당시의 구매력으로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여유자금 1억 원만 있으면 노후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일찍이 제로(0) 금리에 접어든 이웃, 일본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졌던 과거는 갔다. 이제 점점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제로를 지나 마이너스(-)로 향하고 있는 주요국 국채금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난 8월 기준 전세계 국채 중 무려 1/3이 마이너스 영역에 있었다. 지역으로 보면 크게 EU(유럽연합)과 EU 주변국 그리고 일본이 이에 해당된다.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목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크게 2가지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기부양을 위해서거나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EU와 일본이 전자에, 스웨덴과 덴마크, 스위스 등 EU 주변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EU와 일본의 경우 최종 목적은 물가를 올리고 자산가격 상승과 대출 증가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경제활동이 활성화 되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에 속해 있으나 유로화를 쓰지 않는 유럽 주변국의 경우, 유로화에 비해 자국 통화가 현저히 강세일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고자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스위스에서는 해외자금이 급격히 유입돼 자국통화가 강세를 보이자 외화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에는 단기적으로 부양효과를 발휘했으나 장기적인 지속성에는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는 추세적 강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령화와 공급과잉 이슈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금리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1.5% 안팎의 한국 10년 국채 이율은 주변국과 비교해 어떤 수준일까. 매우 낮은 금리로 여겨지지만 홍콩의 10년 금리가 0.97%, 대만의 10년 금리가 0.68%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0.03%인 일본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이쯤되면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를 매입하는 이유가 납득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말 그대로 채권을 매입한 사람이 이자를 내야하는 구조다. 시간이 지나면 자본가가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자본주의가 아닌가.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에서 자본가의 부는 시간이 지나면 국가로 이전된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영·미 자본주의'라고 한다. 앵글로색슨(Anglo-Saxon) 중심의 자본주의가 현대 자본주의의 주류라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가장 충실한 두 나라는 마이너스 금리에서 비켜서있다.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1.6%가 넘고, 기준금리는 오를 준비를 끝내고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통해 EU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에서 벗어났다.

자본주의 정신은 마이너스 금리와 원래부터 궁합이 맞지 않는 조합이라는 결론에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상무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미래에셋증권 국내 및 AI, 해외펀드 마케팅팀장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생명보험 변액보험운용실장
미래에셋생명보험 고객자산운용본부장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