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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ELS 자체헤지 축소할까 해외 증시 급락 등으로 태도 전환…"글로벌 규제 역행한다" 지적도

서정은 기자공개 2016-10-06 11:20:32

이 기사는 2016년 09월 30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 헤지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다른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해외 증시 급락 등을 겪으며 일부 손실이 있었고, 이로 인해 손익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30일 "수 년 전부터 꾸준히 ELS 헤지운용을 해오다 최근에는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홍콩 H 지수 급락 등을 겪으며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대 초반부터 ELS 자체헤지를 해왔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중형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용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은행 또한 국내 증권사와 백투백 헤지 계약을 맺고 물량을 받아와 ELS 운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홍콩 H지수의 급락으로 분위기는 꺾인 상태다. 산업은행 또한 운용자산 일부가 손실을 겪은 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자체헤지 비중도 확대보다는 축소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의 ELS 운용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운용을 중단한데다 큰 규모로 운용하는 곳들만 시장에서 회자되어왔다. 더구나 몇몇 은행들은 외국계 IB와 ELS 물량을 놓고 경쟁했으나 운용 경험, 기간, 노하우 등에서 밀리면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자체헤지 현황을 파악해왔지만 증권사 위주로 관심을 쏟았고 은행은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경우 국내 파생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ELS 자체 헤지를 꾸준히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1995년 국내 최초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취급했고, 기업금융 관련 환·금리 리스크 헤지 등을 위한 파생상품 업무를 줄곧 강화해왔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은행들의 ELS 자체운용을 두고 글로벌 규제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볼커룰(Volcker Rule)은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회사의 시스템리스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트레이딩계정 거래와 헤지·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및 운용 등의 위험투자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국내는 볼커룰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국책은행이라는 지위를 고려할 때 책임의식을 가져야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겪은데다 파생사업에서도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파생상품의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도이체방크의 위기설이 은행보다는 투자금융(IB), 파생상품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 또한 시사점을 남긴다.

업계에서는 ELS 헤지운용 자체를 문제삼기보다는 금융당국 및 내부에서 이에 대한 꾸준한 경계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의 경우 손실이 크지 않은 것 처럼 보여도 테일 리스크 상황에서는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내·외부의 면밀한 리스크 관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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