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28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문신을 한 친구가 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가 되자 문신을 지운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어 문신이 허물이 아닌 일이 됐지만 그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패션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강렬하다. 소위 '조폭스타일' 문신으로 사람들의 선입견을 번번이 넘지 못한다고 했다. 레이저로 시술을 받아 몸에서 색소는 빠지겠지만 흉터는 진하게 남을 것이다.GS건설이 이번 3분기에도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봤다. 늦어도 올해 초 끝날 거라던 공사는 아직까지 완공이 언제인지 장담할 수 없다. 분기마다 10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올해가 끝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최근 주택사업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며 해외사업 손실을 메워가는 모습에 위기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이다. 2014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는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어려웠던 시기 일감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렸고, 돈이 된다 싶은 일감을 따낸 결과"라고 항변한다. '저가수주'의 늪에 빠졌었다는 것이다. 이어 "시기적으로 2009년~2012년 사이에 수주한 사업장들이 문제였고, 이제 그 사업장들이 마지막으로 정리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또 "손실은 가슴 아프지만 이번 고비가 지나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며 친구의 몸에 남을 흉터가 떠올랐다. 철 없던 시절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더 당당하게 감행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끄러운 치부가 됐다. 그러나 친구는 지금 어엿한 가장으로 온전한 가정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지난 날의 실수를 가리고 감추기보다, 무엇이 잘 못 됐는지를 깨닫고 해결책을 찾아 그대로 실행하며 삶을 산 결과다. 이제 그 실수를 없앤 자리에 더는 지워낼 수 없는 흉이 지겠지만 그 흉은 상처에 새살이 돋아난 결과물이기에 그리 부끄러울 게 없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갔던 그 때의 GS건설이 없었다면 지금의 GS건설도 없었을 것이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발주가 위축된 국내에만 머물렀다면 GS건설의 추락은 낙폭이 더 컸을 수도 있다. 2013년 어닝쇼크를 겪으며 GS건설에 새겨진 문신은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그 문신을 GS건설은 차츰 지우고 있다. 다행히 옛 실수를 수습하고도 남을 만큼 지금의 GS건설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이제 문신이 사라진 뒤 남을 흉터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할 때다. 어떤 회사로 시장에 회자될지 고민해 볼 때다. 새살이 얼만큼 돋아날지는 지우는 과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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