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01일 07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경전철이 이제는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최초로 운영을 시작한 용인경전철은 대중교통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의정부경전철은 수천 억 원의 적자가 쌓인 끝에 사업 재구조화를 놓고 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가 옥신각신하고 있다.개통도 하지 않은 우이신설경전철은 공사기간이 30개월 이상 연기돼 공사손실만 1500억 원이 넘는다. 운영을 시작해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건설사들이 경전철 사업을 외면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실시협약 체결 단계에서 운임예측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기준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경전철 운영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경전철 건설 과정에서 운영사와의 협의가 전혀 없다. 백화점 용도로 사용하는 건물을 건설사가 백화점 측의 조언 없이 멋대로 건설하는 셈이다.
이밖에도 경전철 관련 법제도의 미비, 행정절차의 복잡성, 운임제도와 환승제도의 미비 등이 꼽힌다. 경전철 사업의 문제점은 많지만 이제 운영을 시작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당연해 보인다. 산적한 과제는 사업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더욱 큰 문제는 사업 당사자인 건설사와 지자체 간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이다. 용인 경전철 사업은 MRG 기준이 낮아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전액 용인시가 짊어졌다. 반대로 의정부 경전철은 MRG 기준이 워낙 높아 모든 손실을 건설사가 부담하고 있다. 위례신사 경전철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들이 용인경전철 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은 뒤 재정지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MRG 기준을 높인 것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건설사들에게 이윤을 남겨주는 것을 혈세 낭비로 인식할 정도다.
지자체들이 건설사들을 사업 파트너가 아닌 '을'로 낮춰 보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우이신설경전철 건설 과정에서 잦은 설계변경과 토지보상 지연으로 공사비 손실이 1500억 원에 육박하자 건설사들은 실시협약의 변경을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주단은 자금지원을 거부했고 공사는 중단됐다. 당시 서울시는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다그쳤다.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향후 서울시의 모든 발주 공사에서 배제 시키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들이 시민의 교통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경전철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사명감은 인정한다. 다만 현재의 실시협약을 토대로 건설사에게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을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이익창출을 목표로 삼는 건설사들에게 희생만 강조할 수는 없다.
실시협약 적용 기간을 30년으로 정해놓고 수정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지자체들은 삼성물산이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을 포기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경직된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향후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이 추진동력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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