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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감소' 현대重, 컨틴전시 플랜 선제 가동 '오일뱅크 활용' 3.6조 비상대책에 포함…재무구조개선 기대

강철 기자공개 2016-11-17 10:36:08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6일 1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활용법은 '계열사 분할 후 지분 이전'이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은 자구 계획과 별도로 마련한 비상 시 대책(Contingency Plan) 중 하나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향후 수주 전망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4월 1일자로 △조선·해양·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로봇·자동화 △그린에너지 △서비스(선박 AS) 등 6개 사업 부문을 개별 법인으로 분할할 예정이다.

이 중 조선·해양·엔진기계(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자동화(현대로보틱스) 등 4개 부문은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부채 4조 2789억 원, 자본 3조 7020억 원 등 약 8조 원의 자산이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넘어간다.

현대중공업의 핵심 투자 자산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는 현대로보틱스로 이전된다. 현대로보틱스로 넘어가는 차입금 2조 546억 원이 대부분이 현대오일뱅크 지분에서 파생된 점을 감안할 때 지분 이전으로 2조 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로 오랜 기간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활용은 '계열사 분할 후 지분 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결론 났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8월 현대중공업 계열로 편입된 이래 모회사의 유동성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최근까지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에 나설 거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프리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매자 물색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리스크"라며 "금번 분할·이전으로 프리 IPO와 비슷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그간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경영 상황이 극단의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히든 카드'로 여겼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유동화는 지난 5월 제출한 3조 5000억 원의 '경영 개선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조선업계 CEO·전문가 간담회'에서 "팔 수 있는 자산이 많은데 유독 현대오일뱅크만 거론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경영 개선 계획과 별도로 마련한 3조 6000억 원의 컨틴전시 플랜에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유동화가 담겼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비핵심 자산 매각, 사업 조정, 경영 합리화 등 기본 자구 계획 이행 과정에서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시 현대오일뱅크 카드를 꺼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개월 동안 순조롭게 자구 계획을 이행했다. 현대자동차, KCC 등 유가증권을 매각해 4400억 원을 확보했고, 현대기업금융을 비롯한 비핵심 계열사들을 그룹에서 제외했다. 현대아반시스, 현대커민스엔진, 독일 야케 등 부실 법인들도 정리했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이전하기로 한 건 다소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앞으로의 수주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한 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 조선, 해양 부문의 신규 수주는 지난 9월 누적 기준으로 14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량의 25% 수준이다. 조선의 경우 올해 수주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 대비 12%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선주사, 오일 메이저들의 선박 발주 증가량도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신규 수주가 올해보다 더 저조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발주가 나오던 유조선도 유가 하락이라는 변수로 인해 주춤해진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동량을 감안할 때 컨테이너선은 내년에도 사실상 발주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나마 LNG선의 수주 전망이 밝은 편인 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18년 하반기"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조 단위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이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을 그룹사에 이전해 재무제표 상의 숫자를 좋게 만드는 방식인 만큼 향후에 IPO를 추진해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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