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재계 최순실 후폭풍]거세지는 '재벌 개혁론', 커지는 '규제 포비아'①'정경유착' 근절 국민적 요구, 대거 입법 전망… "시계 제로" 전전긍긍

길진홍 기자/ 정호창 기자공개 2016-11-22 08:12:48

[편집자주]

정국을 강타한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넘어 경제·문화·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정경유착' 의혹에 다시 휩싸이게 된 재계는 강도 높은 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최순실발(發) '나비효과'가 향후 국내 경제와 재계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1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가 '최순실 사태'로 숨을 죽이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 논란으로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아 사법 조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시 불거진 '정경유착' 의혹으로 재계 전체가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국의 주도권이 야권에 넘어가면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내건 각종 기업규제 강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재계의 긴장과 공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경유착' 근절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이유로 법인세율 상향, 기업 오너 지배력 확대 제한, 소액주주 권리 강화 등을 기업관련 법안에 대거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재계는 합당한 반론조차 내놓지 못하고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처지다.

◇다시 고개든 재벌 개혁·경제민주화론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해 초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발전했다.

사건의 불똥은 정치권을 넘어 재계로 튀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53곳이 총 774억 원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해 출범한 신생 재단에 대기업들이 '묻지마 기부' 형태로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권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은 고스란히 재계로 전이됐다. 가뜩이나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우리 사회의 반(反) 기업정서는 기름을 부은 듯 거세게 타올랐다. 이참에 '정경유착'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등장한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요구가 다시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당시 경제민주화 요구는 2012년 대선과 맞물려 정치권의 공약으로 이어진 결과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의 결실을 맺었다. 재계 관계자들이 현재 긴장 속에서 여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clip20161118170622

◇규제 입법안 줄줄이 대기, 법제화 가능성 고조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각종 기업규제 강화 방안이 쏟아지고 있고, 정국 주도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여권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지난 5월 말 제20대 국회가 출범한 후 의석수가 앞서는 야당은 굵직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앞장서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당은 채이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내놨다.

두 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세부 내용에서 일부 차이가 있으나 기본 골격은 유사하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의무도입하거나 요건을 완화해 기업 총수와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면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지지 후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진출시키는 게 한결 쉬워진다. 반대로 현 경영진이나 기업 오너 입장에선 이사회 구성의 자율권을 현재보다 크게 상실하게 된다. 기업 이사회가 지나치게 오너 입장을 대변하거나 거수기 노릇에 그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나, 해외 투기자본 등의 악용 우려도 적지 않다.

박영선·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재벌 총수들이 공익재단 등을 설립해 경영권 편법 승계나 우호지분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법제화 될 경우 삼성과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인적분할시 자기주식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도 내놨다. 대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총수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호순환출자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기존 순환출자를 3년 이내에 해소할 것을 강제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이명박 정부가 낮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과 횡령·배임죄를 범한 재벌 총수를 특별사면에서 제외하는 사면법 개정안 등도 발의된 상태다. 이밖에 아직 발의되진 않았으나 야권을 중심으로 '정경유착 금지법' 등 다양한 규제 법안들이 입법 준비 중이다.

clip20161021183833

◇재계 초긴장, 후폭풍 '시계 제로'

이처럼 다양한 규제 법안들은 사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제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돼 왔다. 상당수 법안들이 부작용을 내포하거나 형평성 등에 문제가 있는 '포퓰리즘 법안'이란 평가가 적지 않아 정부와 여권의 반대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와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적 요구가 거센 상황이라 규제안 상당수가 법제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초비상 상태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은 당장 총수의 사법 조치를 걱정해야 하는 와중에 향후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기업들도 눈앞이 어둡긴 마찬가지다. 국내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신(新)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천명한 트럼프 공화당 대표가 당선돼 재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많은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할 연말임에도 인사와 투자계획 등을 정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기업들이 한껏 몸을 낮추고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 터널 탈출이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