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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코리아 구주거래 대가, '부당이득 vs 커미션' 형법상 사기죄 및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벤처캐피탈업계 '촉각'

양정우 기자공개 2016-12-09 07:53:23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7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벤처캐피탈 A 심사역의 불법행위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의 칼 끝이 비상장사 주식 거래를 주도하는 벤처캐피탈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는 수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A 심사역을 구속기소하면서 불법 혐의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A 심사역은 지난해 6월 이희진측(동생 이모씨)에 비상장주식 1670주를 중개하면서 8억 8000만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총1670주의 정가 150억 원에 일정 이익을 붙여 총 158억 8800만 원에 주식을 판 것이다.

A 심사역은 카버코리아의 오너인 이상록 대표가 보유 주식을 이희진측에 매각하는 거래를 중개했다. 당시 이 대표는 소유하고 있던 카버코리아 주식 일부를 팔아 현금을 대규모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블록딜(주식대량매매)을 추진했던 만큼 장외 시장에서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원매자를 물색해야만 했다. 이 때 A 심사역이 적극적으로 거래 중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A 심사역은 과거 카버코리아가 시장에서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투자 가치를 높게 샀던 벤처캐피탈리스트"라며 "이상록 대표측과 자연스레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에 거래 중개까지 맡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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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 심사역이 중개 과정에서 약 9억 원의 이득을 취득한 대목이다. 검찰은 A 심사역의 죄목으로 사기죄를 꼽고 있다. 사기죄의 경우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한다. A 심사역이 이희진측을 고의로 속이고 부당이득으로서 돈을 받은 점이 입증돼야 하는 셈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이 대목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A 심사역이 거래를 중개하면서 받은 현금이 부당이득이 아닌 중개비(커미션) 성격의 대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 심사역이 커미션 명목으로 8억 8000만 원을 덧붙여 총 158억 8800만 원에 주식을 매각한다는 사실을 이희진측에서 인지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기망이라는 사기죄의 구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그 당시 카버코리아 주식은 통일 주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식을 매매하려면 명의개서 방식을 이용해야 했다"며 "A 심사역이 계약서 자체를 위조하지 않았다면 거래 당사자가 상호 간의 거래 대금을 정확하게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벤처기업 오너가 상장 전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할 때 금융권 종사자가 종종 거래를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 매각 대금에 중개비를 얹어 정산하는 게 업계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만일 A 심사역이 중개비로서 9억 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가정해도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에서 주식 거래를 중개하면서 커미션을 받으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중개업을 영위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투자중개업을 △금융투자상품의 매도·매수 △그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 △증권의 발행·인수에 대한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 등을 영업으로 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 당국에서는 A 심사역이 이희진씨에 대한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도 따져보고 있다. A 심사역의 범죄 혐의는 앞으로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카버코리아는 1999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사다. 일반 화장품과 달리 강남 피부과나 피부관리실 등 에스테틱(aesthetic) 전문기관에서 효능을 인정받아 유명세를 탔다. '이보영의 아이크림'으로 TV홈쇼핑에서 잭팟을 터뜨린 화장품 브랜드숍 '에이에이치씨(A.H.C)'를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64억 원, 483억 원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카버코리아의 장외 주식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2014년(500억 원)과 비교해 매출 성장세가 비약적일 뿐 아니라 조만간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0여 곳이 넘는 벤처캐피탈이 카버코리아 주식을 거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버코리아의 지분은 이상록 대표와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가 각각 60.17%, 39.83%를 들고 있었다. 이후 지난 8월 이 대표(지분 35%)와 투자자들은 지분 총 61%를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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