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매직 인수는 '절치부심'의 결과물" 윤승환 SK네트 파트장 "당분간 PMI 및 사업재편 총력"
한형주 기자/ 김일문 기자공개 2016-12-28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3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독 눈에 띄는 딜이 많지 않았던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플레이어는 단연 SK네트웍스다. '성사'보다는 '실패' 혹은 '결렬'이라는 흉흉한 단어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한 해였던 걸 감안하면 2개의 거래(동양매직 인수-패션사업부 매각)를 깔끔하게 끝낸 SK네트웍스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지루한 시소게임의 연속인, 그래서 더욱 어려운 M&A라는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SK네트웍스의 윤승환 M&A 파트장(사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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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切齒腐心)의 결과다. 작년 KT렌탈 인수전에서의 실패를 만회코자, 셀러(NH-글랜우드 PEF 컨소시엄)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대한 맞춤 전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지가 끝까지 잘 전달돼 일사천리로 딜이 마무리된 게 아닌가 싶다. SK 자체적으로 동양매직 인수를 검토한지는 오래됐다."
후일담이지만 동양매직 본입찰 당시 SK네트웍스가 제시한 금액(100% 지분 기준 6100억 원)보다 더 높은 인수가를 적어내겠다고 나선 후보도 있었다고 한다. SK네트웍스가 순전히 가격만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동양매직 매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SK네트웍스와의 협상 태도를 '젠틀(Gentle)'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그 만큼 SK네트웍스의 인수 의지가 강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인수자-매각자 간 분위기가 얼마나 상호 협조적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부장은 "동양매직처럼 방문판매원(MC, 매직케어)들이 고객의 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이를테면) 숟가락 수까지 세어볼 수 있는 비즈니스는 흔치 않다"며 "이런 장점은 SK브로드밴드나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들과의 연계, '정수기·가스레인지·공기청정기+IoT(사물인터넷)' 결합상품 출시 등 기존에 SK그룹이 영위해 오던 사업과의 무궁무진한 시너지 발현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년에는 M&A 이후 새롭게 태어난 'SK매직'의 제조 역량에 SK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능력을 접목, 해외 진출을 가시화할 수 있도록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잖은 돈을 들여 동양매직을 인수한 만큼 가까운 시일 내 유사 업종에 대한 추가 M&A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을 시사했다.
다만 SK네트웍스가 SK매직과 같은 독자 비즈니스 모델 위주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하고, 그룹과의 연계를 차츰 탈피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가능성은 현재진행형이다. SK네트웍스가 최근 그룹의 모태 사업인 패션부문을 현대백화점에 매각한 것이 좋은 예다. 윤 부장은 "그간 외부에서 SK네트웍스에 대해 '색깔이 뚜렷한 사업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게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독립적인 영역을 넓혀가기 위한 사업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 '공유경제 기반의 렌탈업'과 '카라이프' 부문을 전사 사업의 양대 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윤 부장은 "윗선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한 번 해보자'고 의사결정을 내려줬고, 본인들도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동양매직 인수 등에서 과감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윤 부장은 최근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짬을 내 책을 썼단다. 일반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에 이르기까지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에 숨어있는 경제 원리를 분석하고, 이를 전략으로 발판삼아 성공의 기술로 이끌어내는 생활 지침서다. 그래서였을까. 윤 부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가 쓴 책의 구절들을 연상시켰다.
그가 집필한 <전략과 경제의 타임머신에 올라타라>의 '들어가는 글'에는 미국의 천재수학자 존 내쉬와 게임이론에 대한 내용도 수록돼 있다. 이 챕터에선 존 내쉬가 '개인이 자신이 얻을 이익만 생각해도 전체 이익이 증가한다(아담 스미스)'는 고전 경제학 모델을 정면으로 반박,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고려한 안정된 전략만이 게임상에서 사회적 이익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쩌면 윤 부장 스스로 그가 몸담고 있는 M&A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전략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존 내쉬의 이론을 첫 장에서 소개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파고를 장착한 터미네이터(문무를 겸비하는 비법)'가 되는 팁 한 가지. 거창한 답변을 기대했다면 허무할 수 있지만 윤 부장은 "항상 계단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그는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나 늘 전략기획실이 위치한 14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따로 시간을 내 헬스장을 다니는 대신 사무실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다리 들어올리기', '푸쉬업', '스쿼트'를 한다고. 그가 일도 하면서 책도 쓰는 비결이다.
◇윤승환 파트장은
한양대 경영학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인회계사(USCPA) 대학을 졸업한 후 △신세기투자신탁 국제금융팀 △자산관리공사 자산유동화 1부 △신한금융투자 IB본부 및 조흥은행 시너지마케팅팀(파견) △미래에셋증권 IB본부 등 금융계에서 15년 간 근무했다. 2012년 SK네트웍스로 이직해 현재 동사 전략기획실에서 M&A 파트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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