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는 LP, 벤처 생태계 울리는 '우울한 노래' [Market Outlook]모태펀드·성장금융, 출자 규모 축소 불가피···산은, 시장 상황따라 조절 시사
신수아 기자공개 2017-01-03 08:04:30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1호) 2017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새 해 자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간 든든한 돈줄이 돼줬던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KDB산업은행이 지갑을 닫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 업계는 벤처 생태계의 자금 선순환이 절실하다며 LP 다변화 등의 대책을 주문한다.2017년 벤처캐피탈 업계의 펀딩(funding) 경쟁은 어느 때 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정책자금이 예년 보다 크게 줄면서 신규 조합 결성에 '적색등'이 켜졌다.
한국벤처투자의 핵심 계정들은 신규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3년간 예정됐던 출자 재원을 대부분 소진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벤처 펀드의 큰 손으로 떠오른 KDB산업은행도 출자 증액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를 둘러싼 잡음에 정치 게이트까지 가세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유한책임출자자(LP) 마저 자세를 낮추고 있다. 자금줄이 마른 벤처캐피탈 업계는 비상 모드다. 유한책임출자자(LP) 모집이 어려워 벤처조합 결성에 실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태계로 불어 올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유망 벤처기업 조차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펀드 결성이 지지부진했던 벤처캐피탈은 자칫 '개점휴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위기도 감돈다.
◇ 한국벤처투자 핵심 계정 신규 예산 無…자금줄 마를까 '노심초사'
벤처 생태계의 맏형 역할을 맡아 온 한국벤처투자(이하 모태펀드)는 2017년 벤처 출자 규모를 축소할 전망이다. 신규 예산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모태펀드 내 핵심 계좌로 꼽히는 중진계정의 예산 공백이 가장 큰 문제다. 중진계정 소관부처인 중소기업청이 신규 예산을 신청했으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신규 예산 전액이 삭감된 상태다.
지난 2015년 모태펀드는 중진 계정을 통해 총 41개 조합에 3299억 원을 투입했다. 이어 2016년 3분기까지 총 25개 조합에 2244억 원을 출자했다.
모태펀드는 2017년 만기 회수 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중진 계정 출자금액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2016년에도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모태펀드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중진계정에 약 1000억 원을 수혈 받았다. 그러나 2017년은 상황이 다르다. 레임덕이 본격화되고 정치적인 악재가 산재한 상황에서 추경을 통한 예산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중진계정과 소관부서가 동일한 엔젤계정과 지방계정도 신규 예산이 전무하긴 마찬가지다. 엔젤계정의 경우 2015년 7개의 조합이 결성됐으나, 2016년에는 단 한개도 조성되지 않았다. 2017년에도 엔젤계정의 신규 출자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특허청과 보건복지부도 2017년 벤처 출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2015년 특허청이 200억 원, 보건복지부가 300억 원의 출자금을 위탁한 이후 두 기관의 발길은 끊겼다. 다만 해당 계정의 자조합에서 회수된 자금이 예비되어 있어 2017년 출자 사업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만이 신규 예산을 국회에 상정했다. 문화·관광·스포츠·미래 계정은 신규 예산이 투입된다.
모태펀드 관계자는 "현재 문광부와 미래부만이 신규 예산을 논의 중이지만 그 규모는 축소될 수 있다"며 "2016년과 유사한 규모로 출자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태펀드는 2016년 문화계정을 통해 약 800억 원 규모, 미래계정을 통해 300억 원을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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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펀드 대부분 소진한 한국성장금융, 숨고르기 돌임
지난 3년간 벤처 생태계의 한 축으로 성장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은 2017년 숨 고르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3개년 운용을 계획으로 조성됐던 성장사다리펀드(모펀드)가 대부분 소진됐기 때문이다.
성장금융은 1조8500억 원 규모의 성장사다리펀드를 관리·운용하고 있다. 당초 성장사다리펀드는 매년 6000억 원씩, 3년간 출자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성장사다리펀드가 출자한 자금은 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1차 년도에 6000억 원을 출자해 총 2조6152억 원 규모의 29개 자펀드를 조성했다. 이어 2차 년도에는 총 5585억 원을 출자, 1조7650억 원의 자펀드를 만들었다. 2015년 9월부터 시작된 3차년도에도 약 4000억 원이 출자되어 자펀드가 결성 중이다.
성장사다리펀드는 2013년 8월 조성되어 매년 8월 기준으로 1개 년 출자 사업이 이뤄진다. 사실상 2016년 8월을 기준으로 성장사다리펀드의 3개년 종합 출자 사업은 일단락 된 셈이다. 이후 모펀드에는 신규 재원 투입이 없는 상황이다.
단,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순연된 일부 계정의 출자 사업이 2017년에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예정된 금액은 1800억 원 수준. 매년 6000억 원을 계획했던 상황과 비교해 약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넥스 활성화 △재기지원 △중소·벤처 M&A 목적으로 출자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시장에 공급된 재원 상황을 주시하면서 내년 1800억 원 규모의 출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 출자된 자펀드의 회수 자금을 통해 차후 추가적인 출자 사업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장금융은 2016년 성장사다리펀드의 영속적인 관리·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 예년 수준 유지하는 산업은행…"증액은 글쎄..."
벤처캐피탈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역시 예년 수준의 출자 규모를 유지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2016년 한 해 동안 약 1조 원의 자금을 출자 사업에 투입했다. 이 가운데 약 2500억 원이 벤처 펀드로 유입됐다.
산업은행은 시장 상황과 운용 수요 등을 주시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벤처 생태계에 풀렸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펀드 수익률은 중요한 지표다. 지나친 자금 유입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깨져버리면 차후 저조한 수익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7년 PE 영역까지 모두 합쳐 펀드 출자 규모는 1조 원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단 출자 분야과 세부 투자 콘셉트는 정책 상황과 시장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발굴하는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투입될 재원 조성이 한창이다.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정부 부처가 전략 육성 분야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차로 30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이 유력한 상황. 이 가운데 약 30%는 산업은행이 출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계획이 구체화된다면 2017년 일반 벤처 펀드의 출자 규모는 소폭 감소할 수 있다.
대내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출자금액이 증액될 가능성은 낮다. 현재 산업은행이 진행하는 벤처펀드 앵커 출자 사업은 옛 정책금융공사의 출자 사업을 이어 받았다. 산업은행은 출자 금액에 따른 자회사 편입을 우려해 본래 30% 이하만 출자하는 LP 매칭 사업에 무게를 뒀었다.
특히 공사와 다르게 펀드 출자는 은행으로서 위험부담이 큰 항목이다. 바젤III 도입으로 은행이 보유한 지분 증권은 채권 및 대출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펀드 출자는 지분 투자 형태로 이뤄지는 만큼 400%의 위험부담 가중치를 적용받는다. 펀드 출자 규모를 확대하면 자본건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직격탄이 된다는 의미다. 증액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LP 다변화로 물꼬…신규 자금 투입보다 내부 선순환에 무게
2017년 국내 주요 LP들의 출자 감소로 벤처조합 결성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규 벤처조합의 출자비중은 정책기관이 40% 넘게 차지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20%, 일반법인은 10% 남짓이다.
잇따른 정치적 이슈로 대기업 등 민간 LP의 출자 기조도 보수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출자를 확약받은 벤처캐피탈조차 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LP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우선 시중은행이나 보험사, 일반기업 등이 벤처기업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중은행과 보험사의 벤처 펀드 출자를 저해하는 위험 가중치를 일부 조정하거나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책적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벤처조합의 결성도 필요하다. 수익성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의 경우 정부 정책에 초점을 둔 벤처 조합 출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투자 콘셉트와 투자 방식의 다양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국내 주요 LP 관계자는 "벤처 생태계로 유입된 자금의 선순환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유입된 정책 자금이 점차 투자·회수 간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LP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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