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6개월...한국증시 업그레이드 기회 [스튜어드십코드 개막] ①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강우석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7-02-23 08:22:49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0일 13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사진)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의 수장으로 발탁된 건 지난해 6월. 그는 CGS에 합류한 직후 13년 만에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개정했고,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를 이끌었다. '숨가빴던 6개월'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그는 "스튜어드십코드는 한국 자본시장의 '빅 딜'"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가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간의 박스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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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청회만 '다섯 차례'…발품 들여가며 조율
초창기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연구원 등 금융 당국이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을 주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기업단체들의 반대는 극에 달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는 CGS 원장으로 취임한 뒤 재계의 의견부터 듣기 시작했다. 직접 발품을 팔며 조율에 나섰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는 "초안에 담긴 'engagement'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당 부분을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였다"며 "전경련 등 유관단체들의 반발도 상당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지침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스튜어드십코드가 쌍방향 의사소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청회를 다섯 차례 이상 진행하며 스튜어드십코드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의 입장을 능동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의사소통 창구"라며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지침 준수를 위해 기업이 소요하는 비용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과의 대화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은 스튜어드십코드 초안이 '너무 약하다'는 입장이었기 때문.
그는 "한국 자본시장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렵다'는 논리로 이들과 입장 차를 좁혀 나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2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만들어졌다. 최종안은 초안과 달리 민간의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국내 실정을 반영해 현실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 "스튜어드십코드, 한국 자본시장의 빅딜"…취지와 정신 강조
업계에선 스튜어드십코드의 최종안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초안에 비해 구속력이 떨어지고, 참여자들의 자율을 지나치게 존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조 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스튜어드십코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상황인 만큼, 취지를 제대로 담아낸 것만으로도 수확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몇 백 년된 기업이 여럿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대기업들의 역사는 60여 년 안팎으로 그리 길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스튜어드십코드는 점차적으로 진화시켜나가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의 우수함을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이사회가 잘 작동되는가 △기관투자가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가 △사법제도가 잘 발달했는가 등이 그것이다. 한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스튜어드십코드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주주대표 소송제가 발달이 안됐고, 사외이사의 독립성도 높지 않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큰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전 한 외국계 증권사의 로드쇼(투자설명회)에 다녀온 경험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세션을 1시간 가량 진행하기 위해 행사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로 한국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해당 제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질문이 매우 많았다"며 "스튜어드십코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을 없애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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