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안건 2개' 올린 산업은행, 신의 한수 될까 우선매수권 기일내 투자자 입증시 '허용' 카드…법적책임 '안전판'
김장환 기자공개 2017-03-24 10:40:56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3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주주협의회에 물으면서 두 가지 안건을 부의한 이유는 뭘까. 더구나 해당 안건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아 여타 채권은행 관계자 조차도 "정확한 의미를 모르겠다"고 언급할 정도다.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산업은행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동의를 표해 박 회장의 법적 대응을 피해가면서도 압박은 여전히 이어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반대표를 행사해 주주협의회 안건 부의시 몰릴 수 있는 책임 소재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시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결정할 서면 안건을 22일 부의하면서 단순 조건부가 아닌 별도로 동의 의사를 묻는 안건을 준비했다. 박 회장이 원했던 허용 요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지 못했던 안건이 여기에 포함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먼저 '우선매수권자의 금호타이어 경영지배를 전제로 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해 제3자를 대상주식 인수자로 지정해 컨소시엄 형태로 대상주식을 인수할수 있다'는 안건이 올라왔다. 동시에 '협의회는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재논의한다'는 안건도 별도로 있다.
전자는 박 회장이 지속해서 요구하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묻는 내용이다. 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컨소시엄 구성 허용 결정 자체를 박 회장이 자금 조달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그 때 가서 하자는 얘기다. 여기에는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내에'라는 기간 제한 조건이 달렸다는 게 주목된다.
컨소시엄 허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던 산업은행은 첫번째 안건에는 반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산업은행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우선매수권 협약 조항을 근거로 수년 동안 "컨소시엄과 계열사를 동원한 인수대금 모집은 안되고, 순전히 박 회장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두 번째 안건은 동의 의사를 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예외적으로' 밝혀왔던 생각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안건이라는 점에서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일단 결정한 후에 자금 조달 내역을 가져오면 그때가서 허용 여부를 결정해도 될 일을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대로 박 회장 측은 "컨소시엄 허용을 해줘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고, 선후가 바뀐 주장"이라고 맞불을 놨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일치된 의견을 내놓아 두 번째 안건이 통과돼도 박 회장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산업은행의 컨소시엄 불허를 법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것을 두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간을 벌려는 목적 역시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매각 중지 가처분 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한 두달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두 번째 안건에만 동의해도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 자체는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된다. 박 회장의 법적 대응을 피해갈 길이 생기는 셈이다. 정작 박 회장은 촉박한 시간 내에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가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증명해야 한다.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은 '매매조건 통보 후 30일'로 규정돼 있다.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서를 산업은행으로부터 전달받은 시점(21일)으로 따지면 내달 20일까지 모든 걸 완료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해석이 맞다면 산업은행의 '수'는 절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박 회장을 피할 수 있는 동시에 주주협의회간 협약으로 맺어둔 '법적 책임' 문제 역시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안건이 부결되면 이를 행사한 주주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두고 있다. '컨소시엄 허용 반대'를 꾸준히 밝혀왔던 산업은행이 안건 부의 자체에 부담을 가졌던 이유기도 하다.
물론 산업은행이 두 개 안건에 모두 찬성표 혹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또한 박 회장은 어떤 경우라도 소송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 측은 컨소시엄 허용 안건 부의를 자신들이 지속해 요구하자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가처분 소송은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금호타이어 매각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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