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 '32년' 7강 체제, 마침내 깨졌다 ①2015년 이후 4개사 대주주 교체… 6강 체제로 재편 1막 일단락
정호창 기자공개 2017-04-03 08:54:17
[편집자주]
현대시멘트 새 주인이 한일시멘트 컨소시엄으로 정해지면서 국내 시멘트 시장의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015년 동양시멘트 매각으로 촉발된 시멘트 산업 재편(consolidation) 과정을 복기하고, 향후 시장 변화와 2차 인수합병(M&A) 방향 등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7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멘트 산업은 일제 강점기 군수산업의 한 갈래로 일본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태동했다. 광복 전까지 총 6개 공장이 설립됐으나 대부분 북한에 위치해, 분단 이후 남한이 보유한 생산설비는 현재 동양시멘트 본사인 삼척공장이 유일했다.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기간산업인 시멘트 산업 육성이 본격화 돼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등이 잇따라 설립됐다.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 중 출범 시기가 가장 늦은 한라시멘트는 1978년 1월 설립돼 1985년 5월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제품의 생산과 출하는 이듬해인 1986년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국내 시멘트 시장에는 쌍용·동양·성신·한일·한라·현대·아세아 등 7개사 중심의 과점체제가 자리잡았다. 이들 7개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90%에 달한다. 이 같은 '7강 구도'는 이들의 생산제품인 시멘트처럼 굳건하게 올해까지 32년간 변함없이 유지돼 왔다.
지난 30여 년간 시장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 국가적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시멘트 업계에도 불황과 유동성 위기가 닥쳐 업계 1·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에 각각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프랑스 라파즈(Lafarge)그룹의 자본이 수혈됐다. 한라시멘트의 경우 경영권이 라파즈에 넘어가 외국계 기업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장 구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7개 사업자가 과거처럼 생산능력에 비례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형태의 과점구도가 계속 이어져 왔다.
◇ 2015년 이후 동양·쌍용·한라·현대시멘트 대주주 교체
60여 년 역사의 국내 시멘트 산업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은 2015년이다. 2013년 가을 동양그룹이 자금난으로 해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주력 계열사인 동양시멘트가 2015년 초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거쳐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결국 동양시멘트는 유진그룹과 함께 국내 레미콘 시장 1위 자리를 다투는 삼표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동양시멘트 매각이 마무리된 후 얼마 뒤 업계 1위인 쌍용양회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 IMF 이후 자금 수혈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고 쌍용양회를 경영해 온 곳은 일본의 태평양시멘트였으나, 최대주주 지위는 산업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었다. 이들은 경영권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를 원했고, 태평양시멘트와 소송전을 펼치는 우여곡절 끝에 보유지분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한앤컴퍼니의 쌍용양회 인수가 마무리될 즈음 시멘트 업계에선 새로운 딜이 이뤄졌다. 한라시멘트 대주주인 프랑스 라파즈 그룹이 스위스 시멘트 제조업체 홀심과의 합병을 계기로 경영권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글랜우드-베어링PEA 컨소시엄을 인수자로 선택해 시장이 예상치 못한 '깜짝 딜'을 전격 진행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시멘트 시장에 쌍용양회에 이어 두 번째로 PEF 운용사를 대주주로 맞이한 업체가 등장하게 됐다.
시멘트 시장의 M&A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0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아 온 현대시멘트가 지난해 가을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 해당 딜의 승자 지위는 지난달 치러진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LK투자파트너스-한일시멘트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현대시멘트 인수자는 표면적으로 LK투자파트너스가 운용하는 PEF이나, 사실상 전략적 투자자(SI)인 한일시멘트로 볼 수 있다. 한일시멘트는 일단 LK투자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 출자자(LP)로 나선 후 수년 내에 현대시멘트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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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재편 1라운드 마무리… 수년 내 '6강 구도'도 붕괴 예상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현대시멘트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지난 2년간 국내 시멘트 시장에 거세게 휘몰아친 M&A 파고가 안정을 찾게 된다. 하지만 수년 안에 다시 힘을 응축해 태풍으로 되돌아올 전망이다. 2년간 과점 7개 업체 중 절반이 넘는 4개사의 대주주가 변경됐으나, 이는 시장 재편을 위한 전초전에 해당한다는 게 M&A 및 시멘트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본격적인 시장 재편을 앞두고 일단락된 1라운드 M&A의 결과는 작지 않다. 현대시멘트를 사실상 한일시멘트가 인수하게 되면서 32년간 공고히 유지되던 시장의 '7강 구도'가 '6강 구도'로 바뀌게 됐다.
세부적인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쌍용양회가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며, 동양시멘트와 성신양회가 2위를 다투고, 한일·한라·현대·아세아시멘트가 4~7위권에 포진하는 피라미드형 시장구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젠 현대시멘트를 품은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와 1위 자리를 겨루는 양강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시장 재편 주도권을 놓고 맞대결하는 구도 역시 시장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해방 후 60여 년의 국내 시멘트 산업 역사 속에서 지난 2년이 최대 격동기에 해당한다"며 "상위 7개사 중심의 시장구조가 6강 체제로 전환된 것에 그치지 않고 수년 안에 3~4개 업체로 재편되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각사의 전략과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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