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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부자' 현대百, 빚내서 재테크한 사연은 [Company Watch]작년 2000억 채권 투자, 유보 차입금 운용 전략 일환

박창현 기자공개 2017-03-29 08:37:06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7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7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현대백화점이 유보금 대신 외부에서 빌린 자금으로 채권 금융상품에 대규모 투자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 한 해 채권 금융상품에 신규로 투입한 자금만 2000억 원에 육박한다. 현대백화점은 AAA 등급 채권에 투자금을 올인했다.

현대백화점은 현금 입출금이 빈번한 유통업의 특성이 반영된 자금 운영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상품 대금 지급일이 맞지 않아 외부 차입금이 내부에 쌓이면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 금융상품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다. 상품 구매 결제가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금 유동성의 척도가 되는 현금 창출력도 뛰어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총 4400억 원의 넘는 현금을 벌어들였다. 전년과 비교해도 10%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이렇게 유입된 현금을 밑천 삼아 공격적으로 아울렛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금융상품 재테크도 활발히 전개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과 남양주점 출점을 위해 6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당장 작년 한 해 아울렛 설비 투자 등 유형자산을 취득하는데만 3335억 원을 투입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대부분을 외형 확대를 위해 재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렛 투자와 함께 가장 많은 현금이 지출된 항목이 바로 금융상품 투자다. 현대백화점은 작년말 기준으로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투자에 총 2040억 원을 지출했다. 전년만 하더라도 단기손익인식금융자산 잔액은 100억 원 대에 불과했다. 불과 1년여 만에 1900억 원 이상 투자 금액이 늘어난 셈이다.

당기손익금융자산은 매입과 매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단기간 내 매매차익을 얻을 목적이 큰 금융상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주식과 채권이 있다. 현대백화점이 선택한 투자처는 '채권상품'이었다. 현대백화점은 투자금 전액을 신용등급 AAA의 초우량 채권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투자금 조달 내역도 눈길을 끈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중 유형자산 취득액을 제외한 자금과 외부 차입금 1000억 원이 투자금으로 쓰였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대백화점은 현금 700억 원과 단기금융상품 1798억 원 등 총 2500억 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굳이 외부 차입을 하지 않더라도 보유 현금만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한 구조다.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하면 이자 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자금 운용도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채권 투자의 배경에는 바로 '자금 미스매칭'이 있다. 유통업체는 대금 결제 등을 위해 상시적으로 외부 자금을 빌렸다가 상품 판매 자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갚는다. 현금 유출입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조 7985억 원을 단기로 빌렸다가 바로 갚았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외부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해뒀는데 단기 유보 기간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금융상품 투자에 나선다.

현대백화점 역시 작년 말 대규모 채권 투자가 유통업 재무 특성이 반영된 자금 운영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현금 유출입이 빈번해 항상 외부차입을 통해 일정액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잠시 자금이 내부에 묶이면 자금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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