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A급 5년물 도전 '조달 자신감' 현대시멘트 6272억원 인수…재무구조 튼튼, 신용도 영향 미미
이길용 기자공개 2017-04-06 08:01:06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4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시멘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한일시멘트(A+, 안정적)가 회사채 시장을 노크한다. 한일시멘트는 사모투자펀드(PEF)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낙점됐다. 하지만 자금 측면에서 다소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한일시멘트의 튼튼한 재무구조 덕분에 인수 자금 부담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 A급 회사채로 5년물에 도전하지만 우량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한일시멘트는 오는 13일 12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트랜치는 3년물과 5년물로 구성했으며 발행 규모는 각각 800억 원과 400억 원으로 설정했다. 한일시멘트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2400억 원까지 증액 발행이 가능하다고 신고서에 명시했다.
희망 금리 밴드는 한일시멘트 3년물과 5년물 개별 민평에 각각 '-20~1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번 딜은 KB증권이 대표 주관한다.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한일시멘트는 이번 채권의 수수료를 12bp로 책정했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전에서 우협 대상자로 선정된 후 지난달 3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시멘트 주식 1078만 8672주(지분율 64.38%)를 4775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한일시멘트는 하나UBS 클래스원 특별자산 투자신탁 제3호가 소유한 현대시멘트 주식 338만 2314주(20.18%)에 대해서는 보호예수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7일 추가 취득한다. 현대시멘트 지분 84.56%를 확보에 드는 총 비용은 6272억 원이다.
현대시멘트 인수와 관련해 한일시멘트는 LK투자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한일시멘트는 LK투자파트너스가 설립하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출자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까지 출자지분비율, 인수자금 조달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인수 자금 부담은 상당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한일시멘트 신용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사채의 본평가를 맡은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한일시멘트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일시멘트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우수하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현금과 금융자산이 3993억 원에 달하고 이로 인해 2210억 원의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컨소시엄인 LK투자파트너스가 출자자(LP)를 확보해 2000억 원을 조달하고 신한금융투자가 인수금융 1000억 원을 제공할 경우 현재 재무 구조에서 현대시멘트 인수 자금 부담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시멘트도 시멘트 업황 호조로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22억 원에 불과한 점도 긍정적이다.
금리 인상기에 A급 회사채로 5년물을 배정했지만 한일시멘트의 현 신용도에서는 충분히 자금 모집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A급 회사채는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장기물로 인식되는 5년물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다. 장기물은 금리 인상기에 평가손실이 불가피한데 이 중에서도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A급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존재한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20% 초반대로 상승하면서 업계 1위인 쌍용양회를 웃도는 시장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미콘과 몰탈(mortar)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원재료인 시멘트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도 이미 구축했다. 재무부담도 크지 않아 영업권역이 겹치는 상황에서 효율성을 확보해 시너지만 창출할 수 있다면 신용도 개선이 더욱 기대되는 회사 중 하나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5년물까지 트랜치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최근 A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편"이라며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인수합병은 크레딧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한일시멘트는 2011년 이후 꾸준히 현금을 쌓아놔 인수 부담이 적어 투자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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