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25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 초 신년 계획을 밝히면서 여러 경영방침을 내놨다. 그 중 가장 추상적이면서 모호했던 게 '고단수(高段數) 경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고단수 경영을 이렇게 설명했다. '성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과정상의 실패도 용인하겠다는 것.'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시행착오까지 보듬는 한 차원 높은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수사(修辭)에 그칠 것 같았던 고단수 경영은 사내벤처 사례를 취재하며 그 실체가 명확하게 와 닿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뷰티 제품 개발을 위한 사내 프로그램에 힘을 싣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규 브랜드를 공모한 뒤, 내부 심사를 거쳐 채택된 팀에게는 제품 시장화에 전력을 쏟을 수 있게 2년간의 시간을 준다.
선발된 인원은 기존 업무에서 손을 떼고 전혀 새로운 단계를 밟는다. 예컨대 홈페이지 구축 업무를 하던 직원과 인사 업무를 담당하던 사원이 모여 직접 브랜딩을 하고, 생산과 마케팅까지 전담해 세상에 없던 브랜드를 탄생시킨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2기 사내벤처 두 팀은 오는 6월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소비재 기업이 신제품 출시를 하는 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다만 직원의 창의성을 빌린 신규 브랜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관심도 모을 수 있다. 요우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신상' 브랜드로 메워 대내외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회사로서는 아쉬울 것 없는 시도이지만 불안한 도전일 수는 있다. 다행인 점은 고단수 경영의 일환으로 시도되는 사내벤처의 방점이 '실패용인'에 찍혔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해당 팀에 소속된 직원의 중간 등급 근무평가를 보장하고, 원래 소속으로의 복귀 또한 약속했다. 올해 말 중간검증 무대에 서는 1기 선발팀은 고단수 경영 실험의 첫 타자가 된다. 1기 선발팀은 연말 사업성 검증을 통해 분사를 할 지, 혹은 사업종료를 할 지 등 시행 방향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 관문을 거치면 3년차인 내년에는 수익성 검증을 받는다.
7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아모레퍼시픽도 불과 지난해부터 실패 가능성을 품에 안는 시도를 시작했다. 성공사례로 남을지 반면교사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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