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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마약으로 세계 7대 부자가 된 남자 이야기파블로 에스코바를 다룬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와 미드 <나르코스>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7-09-28 14:02:44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작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6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1949년 당시 남미 빈국 중 하나였던 콜럼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2대 도시인 메데인에 살면서 절도, 밀수, 납치 등을 자행하던 그저 그런 범죄자였다. 어쩌면 뻔했을 수 있던 그의 인생은 1973년 칠레에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마약 조직에 대한 대대적 소탕을 피한 마테오 모레노라는 마약 제조 기술자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담배, 술, 대마초, 가전제품 등을 밀수하며 메데인 경찰의 절반 이상을 매수하고 있던 그에게 마테오와의 만남은 축복과도 같았다. 마테오가 페루의 밀림에 차린 제조실에서 생산한 원료 반죽을 가져다 코카인 파우더를 만들어 미국에 밀수출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메데인 카르텔의 대부'이자 ‘마약왕'으로 불리는 파블로 에스코바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이들에게 그는 어떤 의미에서 신화적인 인물이다. 80년대말 전세계 모든 코카인의 80% 이상을 공급하며 당시 기준으로 한 해 200억달러(2016년 기준으로 환산 시, 약 40조원)를 넘는 돈을 벌어들여 1989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7번째 부자'로 선정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한 전무후무한 인물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카르텔 전체를 무장시켜 경쟁자는 물론, 군인, 경찰, 정치인 등을 무참히 살해했고, 공공과 민간 대상 테러를 수시로 저질렀다. 1985년 공산 게릴라와 손잡고 콜롬비아 대법원을 무력으로 포위하고, 대법관들을 살해한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비즈니스의 측면에서도 그는 종종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인편을 통한 소량 밀수나 생선, 커피 등의 수출품 안에 숨기는 방식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대응할 수 없게 되자, 혁신적인 대안을 도출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소형 항공기를 통해 플로리다까지 직접 공수할 수 있는 항로를 개척하고, 아예 바하마에 섬을 구입하여 수출 기지를 만든 과감함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얼마 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는 그 과정에서 파블로의 협력자로 활약하다가 결국 암살되는 베리 씰이라는 미국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그가 CIA의 중남미 비밀 작전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파블로의 마약을 밀수한 인물로 묘사하지만, 이는 음모론에 기댄 것일 뿐 검증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진짜 이유는 파블로를 중심으로 하는 마약 카르텔이 당시 중남미 뿐 만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카터, 레이건, 부시, 클린턴 그리고 아들 부시까지 총 다섯 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영화 중간 중간에 당시 자료 화면 또는 관객이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메리카 대륙의 뒤흔들었던 ‘마약왕'의 신화는, 1993년 그가 DEA 요원들에게 살해되면서 끝났다. 그러나 그의 삶과 그 당시 시대상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어서인지, <아메리칸 메이드>의 사례처럼 최근 관심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당시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이나 타 대륙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안티 히어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하다.

나르코스
파블로 에스코바와 그를 뒤쫓는 DEA 요원 이야기, '나르코스'

그런 흐름을 주도한 넷플릭스의 드라마 <나르코스>(Narcos)는 작정하고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실제 벌어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을 당시 자료 화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현한 연출 방식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파블로가 거듭되는 ‘혁신'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넋을 놓고 보게 만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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