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정말 포기했나 금호산업 인수 성공 주목, 구사주 책임 물을지 여부 관건
김장환 기자공개 2017-09-29 11:21:25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8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정말 포기했을까. 박 회장은 퇴임을 결정했고 우선매수권도 내려놨다. 주주협의회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상표권을 무기 삼아 산업은행과 각을 세웠던 이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른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일단 스스로 물러난 뒤 향후 '정상화' 된 금호타이어를 가져가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 일선에서 사퇴함과 동시에 우선매수권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6일 열렸던 주주협의회에서 박 회장의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금호타이어는 이에 따라 자율협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 우선매수권을 지키는 건 큰 의미가 없어졌다. 금호산업이 들고 있는 상표권을 무기 삼아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자신이 가진 힘을 이미 명확히 보여줬다. 우선매수권이 없다 해도 금호산업이 들고 있는 상표 저작권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박 회장이 우호적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가 얼마나 힘든 일인 지 대외적으로 잘 보여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직접 정상화 절차를 이끌게 된다.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지, 아니면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영업활동 약화보다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가 보유한 채무 만기가 보다 큰 경영 위협이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채무 만기 연장만 이뤄지면 자체적인 영업력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중국 사업 정리만 순탄하게 완료하면 서둘러 재매각 절차에 나설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가장 먼저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조정 카드는 중국 법인 별도 매각이다.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던 더블스타 등이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였던 부분 중 하나도 중국 내 확보 중인 공장 설비였다. 중국 공장 별도 매각 방침을 꺼내들면 더블스타 등이 재차 인수 의지를 보일 수도 있다. 자율협약에 돌입하고 경영진도 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산업은행 입맛에 맞는 구조조정 절차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정상화된 금호타이어를 재매각하게 되면 현 상황에서는 박 회장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공개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여기에 참여하면 그뿐이다. 앞서 언급처럼 상표권을 들고 있는 자신의 도움 없이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켜뒀다. 금호타이어 거래에 있어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면서 인수 파트너를 찾는 게 오히려 수월해졌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관건은 산업은행이 재매각 추진 과정에 얼마나 확고한 선을 그을 것인지 여부가 거론된다.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잘 보여줬듯이 박 회장은 각종 수를 두며 산업은행보다 앞서가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상표권에 묶여 표류한 근본 원인도 이 때문으로 지목된다. 산업은행은 오히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호타이어 경영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매각이 시작되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내놓은 전략적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구사주는 입찰 참여를 배제하는 게 원칙이지만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봤듯이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가 확실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금호타이어 역시 비슷한 상황을 또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호타이어가 자율협약에 들어가더라도 박 회장이 앉힌 이사들이 그대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점도 주주협의회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오는 29일 여의도 본점에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자율협약이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힐 전망이다. 다만 향후 재매각 추진시 박 회장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인 지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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