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23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IB업계에서 '신한'과 '하나'라는 이름은 보수를 대변해 왔다. 위험 부담(risk-taking)보다는 현상 유지 영업에 주력했다. 돈은 형님(은행)이 벌 테니 사고만 치지 말라는 논리가 팽배했다. 과거 리먼 사태 당시 입었던 손실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 이들 두 곳 증권사만이 '금융투자'라는 사명을 달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양사의 '안전 영업'은 크게 손실을 내지도, 대박을 치지도 못하는 애매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IB실적 지표인 리그테이블 순위는 언제나 중위권을 맴돌았다. 위로는 대형 증권사에 치이고, 아래로는 중소증권사에 밀리는 샌드위치 형국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회사는 야생의 공격성을 잃은 채 눈치만 보는 프리라이더(free-rider) 직원을 양산했다.
과거처럼 은행계 증권사의 한계로만 돌리기도 어려웠다. 초대형 IB 후보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만 해도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단순 주선에만 집중하던 KB증권은 현대증권 인수 이후 부동산 PF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내에서 NH투자증권의 입지는 오히려 계열 은행을 끌고 가는 형국이다. 증권사를 은행의 '2중대' 또는 고위 임원의 '낙하산 자리'로만 여기는 인식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두 곳을 보면 달라진 기색이 역력하다. 신한만 하더라도 지난 6월 이동환 GIB 부문장 선임 이후 2억 달러 규모의 해외 인수금융, 해외 변동금리채권 주관 등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book) 자체가 없었을 정도로 외면했던 부동산 PF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단행한 5000억 원의 유상증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주로 해외 SOC·부동산 등 대체투자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작년 체결한 지급보증 등 우발채무액은 15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약 1900억 원이 늘어났다. 외부 인력 영입도 확대하고 있다. 대체투자가 IB에서 차지하는 수익이 커지면서 '논공행상'을 둘러싼 부서간 잡음도 감지된다.
양사 모두 늦긴 했지만 경쟁사를 따라잡겠다는 열의가 상당하다. 수익성이 낮은 전통 IB 대신 총액인수 중심의 부동산 PF 등에 주력하는 이유다. 물론 보수의 아이콘인 두 곳의 공격적 영업을 근거로 부동산 PF가 '끝물'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이 '막차'를 탄 건지 '뒷북'인 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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