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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진에어, 유가상승·구주매출이 발목 유가상승으로 제주항공 주가 하락세…구주매출 위주, 투자 부담 지속

이길용 기자공개 2017-11-16 10:36:24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5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역대급 실적을 예약한 진에어가 유가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올해 저가항공사(Low Cost Carrier·LCC) 대부분이 실적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유일 상장 LCC인 제주항공의 주가가 유가상승으로 인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모 규모가 3000억 원이 넘지만 대부분 구주매출로 이뤄져 신규 투자를 통한 성장 스토리를 그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진에어는 지난달 3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마케팅 과정에 돌입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 6800~3만 1800원으로 제시했고 공모 규모는 3216억~3816억 원으로 추산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8040억~9540억 원 사이다.

상장을 앞둔 진에어는 이미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39억 원과 46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197억 원의 매출액과 523억 원의 영업이익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 성장세는 눈부시지만 동종업체의 주가 부진은 상장 밸류에이션에 부담스러운 요소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상장된 LCC는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제주항공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슈 등으로 지난해 말 주가가 2만 5000원 대로 급락했다.

제주항공 1년 주가 추이

진에어뿐만 아니라 제주항공의 실적 상승세도 눈부셨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7476억 원의 매출액과 58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348억 원과 838억 원에 달했다. 올해 공휴일이 한데 몰려 장기간 쉴 수 있는 연휴가 많았고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해 LCC 업체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올해 중순 제주항공의 주가는 4만 원대에 육박했다.

이후 제주항공의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LCC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순 40달러 초반에 그쳤던 배럴당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11월 들어 55달러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유가가 발목을 잡으면서 꾸준히 하락하던 제주항공의 주가는 지난 14일 3만 375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895억 원이다.

서부텍사스유 WTI 1년 가격 추이

제주항공과 함께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진에어 입장에서는 지지부진한 제주항공의 주가가 IPO 분위기 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항공이라는 지원군을 가지고 있지만 LCC 시장에서 비행기 보유 대수와 실적이 비슷한 수준인 진에어가 제주항공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이를 감안해 밴드 상단과 하단 기준 시가총액 차이를 1500억 원가량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이 구주매출 위주로 이뤄지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소다. 1200만 주를 공모하는 진어에는 900만 주는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구주매출하고 신주모집은 300만 주로 공모 구조를 짰다. IPO를 통해 진에어에 유입되는 금액은 804억~95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의 자금 사정이 빡빡하다보니 구주매출을 최대로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언급했던 진에어는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들이 역대급 실적은 이미 예고된 일이지만 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 상 현재는 주가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제주항공 주가가 크게 반전되지 않는 한 진에어가 프리미엄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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