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쏠림 한국물, 이종통화 사라졌다 [Adieu 2017]더딘 금리인상, 스왑 악화로 달러화 대부분…영미계 하우스 수혜
이길용 기자공개 2017-12-14 14:13:28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2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초만 해도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이종통화 발행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늦어지면서 미국 달러화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이종통화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영미계 하우스들의 한국물 시장 독주가 지속됐다.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한국물(공모 기준) 발행 규모는 237억 9296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행 물량인 244억 6000만 달러를 3분기만에 근접했다. 4분기에 발행사들은 45억 달러를 웃도는 한국물을 발행해 올해 발행 규모는 28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으로 전환했고 연초만 하더라도 올해 3~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가 보수적인 스탠스로 전환하면서 금리 인상은 두 차례에 그쳤다. 12일 현재 열리고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인상 속도가 늦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금리 상승기로 전환하면서 미국 달러화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우리나라 발행사들은 미국의 초저금리와 신용도 상승이라는 두 가지 호재 덕분에 2010년 이후 꾸준히 달러화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주요 조달 통화인 달러화 금리가 오르면서 일드(Yield) 상승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미국이 예상보다 금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 이로 인해 이종통화로 조달했을 경우 달러화로 스왑하는 비용을 나타내는 베이시스 스왑(Basis Swap)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국내 발행사들은 달러화 외에 이종통화 조달을 자제했다.
한국물 발행사들은 유로화나 엔화를 조달하더라도 달러로 스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3대 통화에 속하는 유로화와 엔화도 실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달러화로 전환시켜놓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달러화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이종통화 조달이 급격히 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한국물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87.46%를 차지했다. 4분기에 발행된 45억 달러 이상의 한국물에서도 40억 달러 이상이 미국 달러화 딜로 진행돼 올해 달러화 비중은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달러화 비중은 92.19%로 2년 동안 한국물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했다.
한국물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딜이 속출하면서 영미계 하우스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BOA메릴린치, HSBC는 3강 체제를 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론(loan)을 활용해 은행 RM들과 협업해 한국물 발행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유럽계인 크레디아그리콜과 BNP파리바, UBS 등은 한국물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이들의 강고한 위상을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종통화 조달이 늘어나려면 달러화 대비 스왑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스왑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미국 달러화 딜이 많다보니 영미계 하우스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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