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6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이 사업 시너지 등을 감안해 비금융 계열사 간 합병을 단행키로 했다. 그룹 내부의 복잡했던 지분구조가 비상장사인 한국도서보급을 중심으로 명확해지게 된다.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도 동참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그룹은 26일 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티시스·쇼핑엔티 등 3개사가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한국도서보급이다. 합병 예정일은 내년 4월 1일이다.

티시스는 이번 합병과 관련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다. 투자부문이 한국도서보급·쇼핑엔티 등과 합병한다. 사업부문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이 들고 있는 지분(약 1000억 원 규모)을 내년 상반기 중 무상증여할 예정이다. 내년 흡수합병이 마무리되면 태광그룹의 전체 계열사 수가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개인회사 수는 총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한 곳으로 감소한다.

앞서 티시스는 서한물산·동림건설·에스티임 등 3개의 그룹 계열사를 흡수합병했다. 지난해 12월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고, 지난 7월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량을 태광관광개발에 무상증여도 했다. 일련의 지분정리가 완료될 경우 오너가→한국도서보급→태광산업·대한화섬 등의 지분구조가 나타나게 된다. 한국도서보급이 사실상 지주사의 위치에 있게 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무상증여에 대한 세부 계획은 내년 상반기 중 구체화될 것"이라며 "이번 계열사 정리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회사)는 지분구조가 비슷해 계열사 줄이기의 효과가 있다"며 "쇼핑엔티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한국도서보급의 온라인 유통사업과 티시스의 물류사업 등과의 협력으로 오랜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쇼핑엔티는 2016년과 2015년 각각 2억 원, 1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출처:태광그룹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에도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태광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점검할 뜻을 보였다. 당시 비판의 중심에 섰던 계열사가 티시스다.

티시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관리 등을 하는 업체다. 지난 7일 현재 이 전 회장은 티시스 지분 55.76%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현준 씨(37.89%)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와 2015년 티시스는 티브로드·흥국생명보험 등 그룹 계열사 등으로부터 1836억 원, 162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85.1%, 76.9%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상 오너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비상장사 경우 내부거래가 연 200억 원이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

한 기업재배구조 전문가는 "태광그룹이 그룹 계열사 간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