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VAN산업]시장 고착화, '빈익빈 부익부' 심화①리베이트 금지 후 중소형사 '고사'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8-03-06 06:00:00
[편집자주]
신용카드 결제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VAN) 업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카드이용 증가에 따라 VAN(밴)사들도 큰 어려움 없이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최근 비용절감을 위해 수수료 정률제 등을 추진하면서 밴사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 등으로 영업 기반마저 흔들리면서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2018년 국내 밴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5일 10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가맹점-밴(VAN)-카드사 3각 체제로 이뤄져 있다. 고객이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이 카드정보를 밴사가 구축한 전산망을 통해 카드사에 전달하고 카드사는 다시 이 망을 통해 결제승인 정보를 보내준다. 우리나라에 카드 시스템이 도입된 뒤부터 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밴사는 일종의 카드사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급증하면서 밴사들은 그동안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밴수수료 정률제 등을 도입하면서 밴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간편결제 확산 등으로 인한 시장경쟁 심화로 밴사들의 경영여건도 나빠졌다.
다만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나이스정보통신·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 등 대형 밴사와 스마트로·한국신용카드결제·제이티넷 등 중소형 밴사의 간극은 커졌다. 대형 밴사는 매출과 영엽이익 증가 등 성장세를 보인 반면 중소형 밴사는 현상 유지 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밴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리베이트 전면 금지, 경쟁 사리지고 시장 고착화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주고 카드결제 1건당 일정 수수료(밴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챙긴다. 이 때문에 밴사는 가맹점, 특히 카드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법인) 가맹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맹점 확보가 수익 증대와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밴사는 대형 가맹점을 신규 유치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리베이트(보상금)를 제공했다. 밴업계에선 밴사가 쓰는 마케팅 비용의 60~70% 이상이 리베이트로 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밴사의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시켰다. 가맹점 유치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리베이트가 카드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이유였다. 이와 함께 '밴 사업자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금감원의 관리·검사 대상에 밴사를 포함시켰다.
특히 리베이트 금지 대상도 연매출 3억원 이상 가맹점으로 확대해 사실상 영세 가맹점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에서 리베이트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리베이트 금지로 인해 오히려 중소형 밴사들이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점이다. 높은 금액의 보상금을 받기 위해 거래 밴사를 바꾸던 가맹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밴업계 관계자는 "밴 시스템만 놓고 보면 사실 업체마다 우위를 가르기가 어렵다"며 "밴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도 비슷비슷해 경쟁수단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제공이 금지된 상황에서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밴사로선 마땅한 방안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맹점들도 거래 밴사를 바꿀 이유도 없다.
특히 가맹점이 거래 밴사를 바꾸면 카드 단말기 등을 교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카드 단말기와 포스 제공도 리베이트 행위로 간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이 거래 밴사를 바꾸면 자신의 비용을 들여 카드 단말기 등을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선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 이후 밴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가맹점들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 단말기 등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기존에 거래하던 밴사와 계약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
◇나이스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만 성장, 시장점유율도 확대 추세
리베이트 제공이 금지되고 가맹점 유치 경쟁이 사라지면서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들은 밴수수료 정률제 도입,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NO CVM) 제도 시행 등 수익성 악화 요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맹점 결제 단말기 지원, 전용회선 구축 등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나이스정보통신은 지난해 366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31억원과 366억원이었다.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하기 전인 2014년말과 비교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62.5%, 103.3%, 22.0% 증가했다.
한국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3766억원, 영업이익 378억원, 당기순이익 2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과 비교해 각각 65.8%, 54.9%, 56.6% 증가한 것이다.
반면 중소형 밴사들은 현상유지 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한 중소형 밴사 관계자는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수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줄었다"며 "이미 대형 가맹점을 많이 확보하고 있던 대형 밴사만 리베이트 금지에 따른 과실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밴사들은 리베이트 금지로 인해 발생한 잉여재원을 중소형 밴사의 대리점 매점 등 무관한 분야에 사용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나이스정보통신이 대표적이다. 나이스정보통신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18.2%였다. 2013년 15.5%, 2014년 15.8%, 2015년 16.2%, 2016년 17.0%등으로 리베이트 금지 이후 시장점유율 상승폭이 커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