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밴' 도입 놓고 밴업계 갈등 고조 대형 밴사 "시장 교란 행위" vs 중소형 밴사 "기득권 유지 위한 반대"
안경주 기자공개 2017-11-10 09:26:00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9일 16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다운사이징 밴(전용승인 대행업무)' 도입에 나서면서 부가통신사업자(VAN, 이하 밴)와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수익 감소를 우려한 밴사들의 반발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밴시장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대형 밴사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중소형 밴사 간의 갈등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다운사이징 밴 도입과 관련해 대형 밴사들은 "시장 교란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밴사들은 "대형 밴사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대"라며 찬성하고 있어 밴업계 내부적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은 홈플러스, GS홈쇼핑 등 대형 가맹점과 다운사이징 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밴은 기존의 결제 인프라(카드결제승인 중개시스템)에 기술을 접목시켜 비용(밴수수료)를 낮췄다"며 "가맹점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요인이 있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카드 결제는 '가맹점-밴사-카드사'로 이어진 중개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가맹점을 확보해 관리·결제정보전송(결제승인대행)·카드전표수거 등의 업무를 하고 밴수수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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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밴 역시 기존의 결제 인프라와 동일한 구조다. 다만 동종 유사거래 IT 프로세스를 규격화한 별도의 전용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비용 부수업무를 배제해 비용을 낮췄다. 카드사가 받는 가맹점수수료 중 밴수수료 비중이 7~8% 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수수료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밴업계에선 대형 밴사를 중심으로 카드사의 다운사이징 밴 도입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금지된 '리베이트 우회 지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밴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밴사가 수행한 카드결제승인 대행, 전표 매입 등의 업무를 배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다운사이징 밴을 도입해도 기존의 업무와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은 밴수수료 절감분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또는 판촉활동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고스란히 대형 가맹점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리베이트 우회 지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카드사가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만큼 다운사이징 밴 도입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밴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카드사와 밴업계 간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대형 밴사와 중소형 밴사 간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업황 악화 속에서 밴시장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대형 밴사와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소형 밴사 간에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는 밴사의 리베이트 금지,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밴수수료 정률제 시행,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등 금융당국의 여러 규제 이후 대형 밴사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밴사 관계자는 "대형 밴사의 경우 기존 리베이트 재원이 고스란히 잉여재원으로 바뀌었고, 밴대리점 지원 등을 통해 추가로 가맹점을 늘릴 수 있었다"며 "반면 중소형 밴사는 기존 리베이트 재원이 적어 대형 밴사와 같은 지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가맹점이 줄었고 밴시장이 대형 밴사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이 줄면 그만큼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 결국 리베이트 금지에 따른 효과가 대형 밴사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밴사들이 먼저 다운사이징 밴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대형 밴사 위주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신규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활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밴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시장 진출을 통한 가맹점 확보가 절실했다"며 "대형 밴사들의 반대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형 밴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다운사이징 밴 도입이 사실상 대형 밴사의 주 수익원인 홈플러스 등과 같은 법인가맹점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형 밴사들이 다운사이징 밴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밴사 관계자는 "다운사이징 밴 도입이 확산되면 법인가맹점 이탈이 예상된다"며 "우회적인 리베이트 제공이자 시장교란 행위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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