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04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목표는 명확하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제고등의 명분을 내걸지만 속내는 '투자수익률 극대화'다. 이를 위해 투자대상 기업의 약점을 파고든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약한 고리를 골랐다.엘리엇은 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 자본관리(balance sheets) 최적화, 주주환원(capital returns) 제고를 위한 세부적인 로드맵 공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들이 제시한 개편안과 관련해 "(향후) 추가 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현대차그룹의 반응 여하에 따라서 후속 대응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엘리엇의 제안 중 지배구조 개선은 상징적인 차원이 강해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출자구조 개편방안이 실현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된다. 엘리엇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엇의 제안이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방안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면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출자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5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의 동의없이는 통과가 쉽지 않다. 오너 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취약하다. 향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계열사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엘리엇 등의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밝힐 수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인 기아차 지분을 들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5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절묘한 타이밍에 개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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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다른 주장들은 크게 의미는 없어 보인다. 배당금 증액으로 해석되는 주주환원 제고는 그동안 현대차 기조와 다르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실시한 실적발표에서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잉여현금흐름의 20~40%를 수준의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순이익이 급변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배당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주주 추천을 통해 선임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방안과 연계해 정 부회장을 겨냥해 주주친화 정책의 '로드맵' 공유를 적시한 셈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굳이 거절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엘리엇의 제안 중 자본관리 최적화는 눈길을 끈다. 이 부분은 지난 2014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한국전력공사 부지 매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매입의 명분으로 통합 컨트롤타워 설립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내세웠다. 그렇지만 현대차그룹은 2014년 이후 판매 부진과 재고 누적 등으로 인해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본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 발표를 요구할 수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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