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 메자닌 구하기 쟁탈전 의무편입 벤처신주, 안정성 높은 CB로 대체…펀드규모 1조원 돌파 초읽기
이충희 기자공개 2018-04-19 11:00:42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10여일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모주 우선배정, 소득공제 등 다양한 투자 혜택이 있어 기관과 고액자산가 자금이 적지 않게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보다 큰 규모로 펀드를 굴리게 된 운용사가 많아지면서 의무 편입해야 하는 벤처기업 신주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코넥스 기업 CB에도 잇딴 투자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는 오는 17일 60억원 규모 1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이 CB는 '에이치알다빈치 벤처기업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2호와 '흥국코스닥벤처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 각각 40억원, 20억원씩 인수하기로 했다. 에프앤가이드는 금융권 리서치 기업으로 지난 2013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된지 5년여만에 첫 CB 발행에 성공했다.
그간 메자닌 펀드들이 코넥스 상장사 발행물에 투자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보통 코넥스 기업은 규모가 작고 재무 여건이 우량하지 않아 투자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메자닌만 편입해도 펀드 관리에 무리가 없었던 것도 배경이었다.
그러나 벤처기업 신주를 의무 편입해야 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규정 탓에 기업들이 발행하는 CB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동성이 큰 주식이 아닌 채권 형태 CB로 대체해 담으려는 수요가 높아졌다.
지난 12일 기준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은 8368억원으로 1조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중 사모 CB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 규모만 6706억원이어서 몸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 이번에 발행된 에프앤가이드 CB는 쿠폰금리가 0%이고 전환가액은 전환가조정(리픽싱) 조건 없이 7015원에 결정됐다. 지난 13일 종가 4650원 대비 약 150%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가격에 결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가 올랐을 때 발행사가 투자자에 해당 CB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비율(콜옵션)은 무려 70%(42억원)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코스닥 기업의 경우 CB를 발행할 때 전환가액은 최근 주가 평균에 맞추고 리픽싱은 전환가액의 7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우량한 메자닌 구하기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코넥스 기업이 발행에 주도권을 쥘 정도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사 우위 시장 가속화"
또다른 코넥스 상장사 지오씨도 지난 13일 30억원 규모 CB를 발행을 결정했다. 지오씨는 옥내외용 케이블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5년 상장됐다. 지오씨가 발행하는 CB 역시 쿠폰금리가 0%이고 전환가액도 리픽싱 조건 없이 평균 주가 대비 높게 결정됐다. 전환가액은 4000원으로 지난 13일 종가 3150원 대비 약 25% 높다. 이 CB는 '수성코스닥벤처 멀티에셋공격투자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과 '수성코스닥벤처 멀티에셋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가 각각 15억원씩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코스닥 기업 알테오젠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눈길을 끌었다. 알테오젠은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Eylea) 바이오시밀러와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제약업계 기대주다. 지난해 연결 당기순손실 75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알테오젠이 지난 12일 발행을 결정한 32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에는 타임폴리오, 수성, 아이온운용 등 코스닥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투자에 나섰다. 발행 조건으로 1년 뒤 보통주 전환할 수 있는 락업(Lock-up)을 걸었고, 일반 CB와 비교해 이자도 제시하지 않았지만 높은 인기를 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메자닌 펀드가 많아지면서 표면금리가 0~1%대로 낮아지는 등 발행사 우위시장이 펼쳐지고 있었다"면서 "조단위로 커진 코스닥 벤처펀드는 이러한 발행사 우위 시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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