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31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곳"최근 폐업한 한 P2P금융회사가 투자 까페와 블로그를 돌며 홍보하던 문구다. 크고 굵은 글씨로 '최대수익률 22.5%, 최소 2~3개월 단기투자'를 전면에 내세운 회사를 보고 있자니 뒷맛부터 개운치 않다. 광고글 어디에서도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광고 배너를 타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하단 구석에 작은 글씨로 "투자원금과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모두 투자자에게 있습니다"고 적고 있을 뿐이다.
최근 부도가 나거나 폐업을 선언한 업체들의 대출 심사 인력은 언뜻봐도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90여개의 부동산 PF를 실행하면서 심사인력은 고작 1~2명에 불과했다. 차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이들 가운데는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돌려막기식'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을 상환해 문제가 불거진 회사도 존재한다.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 일부 부실 업체의 연쇄부도는 P2P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P2P금융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한 몫하는 분위기다. P2P금융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투자 까페를 들어가보면 고수익을 기준으로 P2P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저 '안전하다'는 홍보성 댓글을 검증 수단으로 삼아 적지않은 돈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돈을 맡길 때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P2P '투자' 상품에 동의하고 정작 찾을 때는 안정적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P2P '저축' 상품이라고 우긴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 '안전성'과 '고수익'은 양립할 수 없는 명제다. 투자는 리스크(risk)를 감당하는 만큼 리워드(reward)를 받을 수 있다.
2년 전 P2P금융 상품에 투자를 시작하며 몇 가지 투자 원칙을 정했다. 첫째는 분산투자다. 특정 P2P플랫이나 특정 상품에 자금을 몰아서 투자하지 않았다. 개인신용 상품일 경우 최소 몇 천원에서 몇 만원으로 수십, 수백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을 택했고 부동산 상품일 경우 10만원에서 20만원만 투자했다. 보유하고 있던 여유자금을 고려해 설령 잃어도 비싸게 '한 턱'내면 없어지는 금액을 건당 투자의 리미트로 정했다. 둘째는 회사 대표의 인터뷰나 관련 기사를 반드시 찾아 읽었다. 유독 수익 보장을 암시하는 표현이나 상품의 안전성만을 강조한 경우 우선 의심하고 봤다. P2P금융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쉽게 쓸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심사 인력 규모와 최소한의 프로필을 먼저 확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사 인력을 얼마나 확충하는지도 살폈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대출 심사 시스템은 제자리인 경우, 혹은 인력이 이탈하는 회사는 관심사에서 지웠다.
수 천억원에 불과했던 P2P금융시장은 몇 년 사이 3조원까지 확대됐다. 수 천개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적절한 규제와 관리·감독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 문화를 만드는 것이 금융소비자로서 보호받는 첫 단추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P2P금융은 저축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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