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01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ICE신용평가가 중국기업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부실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평가방법론에 대한 오해'라는 게 주된 답이었다. 평가방법론에 따랐다는 그럴듯한 변명 뒤로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논란이 된 ABCP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보증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금정제십이차다. 나신평은 지난달 해당 ABCP에 'A2' 등급을 부여했다. A2등급은 장기신용등급으로 따지면 A급에 해당한다.
A2등급이었던 금정제십이차는 발행 이후 돌연 C등급이 됐다. 나신평은 A2등급을 부여한지 20일만에 장기등급 CCC급에 해당하는 투기등급으로 단기신용도를 낮췄다. CERCG가 보증한 회사채가 만기 후 원금을 갚지 못하자 금정제십이차에 대한 채무불이행 위험 또한 높아진 탓이다.
뒷북 평정에도 평가방법론에 대한 나신평의 믿음은 굳건했다. 사실상 사기업에 가까운 CERCG를 공기업으로 오인해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지적에 평가방법론에 따라 정부지원가능성은 1 노치(notch)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평가방법론에는 정부지분 보유 하한선이 없기 때문에 북경시상무국 자회사와 국유기업이 지분 대다수를 보유한 CERCG를 공기업으로 본 것 또한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기관에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닌 결과다. 신용평가기관은 전문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제때 제공해 투자자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하도록 이끌기 위해 존재한다. 투자자들은 평가결과인 신용등급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평가방법은 평가결과를 산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결과가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면 과감하게 해당 결과를 만든 방법을 고쳐야 한다. 나신평의 평가방법론 맹신은 잘못된 평가결과를 계속 양산할 수 있다. 투자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신평사에게 잘못 평정한 신용등급은 치명타가 된다. 평가방법론에 대한 오해를 되뇌일 게 아니라, 평가방법론에 드러난 오류를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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