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강한기업]한국화장품제조, 한때 '화장품 빅3'…영욕 딛고 '제조' 전문회사로①2010년 제조·판매 분할…ODM·OEM 사업 영토 확장
박시은 기자공개 2018-07-17 11:28:56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5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명 선스틱과 컨실러 등을 생산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잘 알려진 한국화장품제조에겐 영광과 시련의 세월이 있었다.2008년 처음 개발한 '투명 선스틱'은 지난해 국내 OEM 생산량 1위 제품이다. 최근 3년간 누적 판매량이 1000만개가 넘는다. 컨실러 역시 국내 점유율 1위로, 3년 누적 생산량은 1300만개에 달한다. 한국화장품제조가 만든 이 제품들은 AHC, 랑콤, 로레알, 인터코스 등 유명 글로벌기업의 이름을 달고 전세계 시장에 팔리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30%씩 꾸준히 늘고 있을 만큼 OEM 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지금은 자체 브랜드보다는 OEM 업체로 더 익숙한 한국화장품제조는 과거 '방문 판매'로 국내 화장품 업계를 주름잡았던 오랜 업력을 가진 회사다.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한국화장품제조'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OEM 제조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최근 눈부신 재도약을 보여주고 있다.
1970~1990년대만 해도 동네 곳곳을 누비고 다니던 방문판매원들이 있었다. 이른바 '방판 아주머니'로 불렸던 이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부들에게 화장품을 팔았다. 80년대 중반까지 국내 화장품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방문판매원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방문판매는 화장품 쇼핑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그 방문판매 업계를 주도했던 회사들 중 한 곳이 '한국화장품제조'다. 대표 브랜드 '쥬단학'을 내세웠던 한국화장품제조는 90년대까지 국내 화장품 업계를 주름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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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장품제조는 1962년 설립됐다. 지금은 고인인 김남용 회장과 임광정 회장이 공동 창업주다. 임 회장은 개성 출신으로 제약업체에 소속돼 일본 등을 오가며 영업하던 중 충북에서 양조장·정미소 등을 운영하던 동년배 김 회장에게 화장품 사업으로 동업을 제안한다. 최초 사명은 '한국화장품공업'이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화장품제조는 국내 화장품 업계 톱3 중 한 곳이었다. 당시 태평양(현 아모레펴시픽)과 LG생활건강이 1, 2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1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굳건히 입지를 지켰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화장품 업계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더페이스샵과 미샤 등 중저가 브랜드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 판도를 바꿨다. 그러면서 화장품 사업의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발과 유통, 판매를 모두 한 회사가 도맡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유통·판매는 화장품 회사가, 개발·제조는 외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ODM(제조자개발생산) 회사가 전담하는 구조가 정착했다.
이 시점에 한국화장품제조는 시장판도 변화를 읽지 못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다. 개발과 유통, 판매를 모두 전담하는 기존의 사업모델을 고수한 것이다. 현재까지도 변치않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과 달리 한국화장품제조만이 이후 침체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10%에 육박하던 점유율은 1% 아래로 떨어졌고, 2000년대 들어선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2010년 한국화장품제조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쇄신에 나선다. 인적분할을 단행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화장품㈜'를 신설, 화장품판매와 부동산임대 사업을 이관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존속회사로 남았다. 기존 영위하던 화장품제조를 주 목적으로 한다.
이는 제조와 유통을 분리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업계에선 두 사업을 한 회사에서 전담할 경우 외부 OEM 업체와 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별도 제조 법인을 세우면서 한국화장품제조는 ODM·OEM사업으로도 영토 확장을 꾀했다.
당장 사업분할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분할을 단행한 2010년 '더샘인터내셔널'을 100% 자회사로 설립, 브랜드샵 '더샘'을 론칭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타기업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었기에 새로운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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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화장품 '제조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시급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외선 차단용 투명 선스틱과 모찌 타입의 색조 쿠션화장품 등 내놓는 등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2015년부터는 매년 42%씩 연구비를 늘리고 있다. 과감한 개발비 투자는 국내외 기업들과의 기술 제휴로 이어졌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이제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을 비롯, 700여개 종류를 생산하는 화장품 제조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한국화장품제조는 국내 250개, 해외 30개 브랜드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로레알을 비롯, 랑콤과 인터코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업무 협의 및 제휴를 통해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적분할 후 5년 동안이나 면치 못했던 적자행진도 멈췄다. 2016년 한국화장품제조는 6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과거 명성을 회복하면서 제품력과 기술력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체 영업력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됐던 초기 사업구조는 외주물량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분할 당시 한국화장품제조 자체 물량이 대부분이었던 생산량 비중은 현재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다. 화장품 제조 전문회사로의 도약이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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