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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의 수신 확대 전략, 부실기업 지원 ‘꼼수’? 고금리 상품 출시, 마케팅 강화…산은 "소매금융 확대 아니다"

정미형 기자공개 2018-08-07 11:11:47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6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 고객을 잡기 위한 한국산업은행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내 건 수신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미 산은은 지난 5월 약 15개월 만에 신상품인 ‘데일리플러스 자유적금'을 출시했다. 연 4.1%로 은행권 최고 수준의 금리를 자랑하는 이 상품은 출시 두 달 만에 7000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민영화 무산 이후 소매금융에 힘을 뺐던 산은이 다시 개인 고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신 기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예·적금을 확대해 수신 기반을 넓힌다는 목표 아래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며 "수신기반을 늘려야 정책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고 조달 금리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수신 기반 확대에 힘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 민영화를 위해 소매금융 확대 전략을 내세웠었다. 약점인 소매금융을 보완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포석이었다. 꺼내든 카드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DB다이렉트뱅킹'이다. 2011년 9월 출시 당시 최고 연 4.5%의 고금리로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한때 예수금이 1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점도 2011년 60개에서 2012년 82개로 늘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고 2013년 3월 감사원이 ‘역마진 구조'로 결론 내며 KDB다이렉트뱅킹은 판매 중단됐고 강만수 전 회장이 취임 이후 추진해온 각종 소매금융 관련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에 집중하며 소매금융보다는 정책금융 강화에 집중했었다. 국내 지점 수도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리해 지난해 말 74개로 축소했다.

시중은행들은 7년 전의 데자뷔 같은 상황이 편치 않은 모양새다. 파격적인 금리로 고객을 유인하는 산은에 경계를 세우고 있다. 고금리 상품을 내세워 시중은행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산은은 하반기에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에 대한 마케팅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처럼 시중은행과의 시장 마찰 문제가 재점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정부가 직접 재정 지원을 하기 어려운 부실 산업 지원 자금을 소매금융으로부터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나 한국GM에 자금 투입하고 수익 확보 할 수 있다면 그 자금이 수신에서 오든 정부 재정수입에서 오든 상관없다"며 "문제는 결국 부실 산업을 연명하는 데 재정 투입한다는 지적 있다 보니 시장에서 조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신을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렇게 확보한 자금을 가지고 어디다 쓰느냐가 문제"라며 "목적에 맞게 쓰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산은 관계자는 "원활한 정책금융 수행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예수금 유지를 위해 수신을 늘리겠다 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상품을 출시한 것 뿐이지 소매금융 확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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