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베인캐피탈은 왜 현대차증권을 택했을까 [도시바 M&A]글로벌 5위 완성차와의 거래선 구축...한화 등 대기업 딜 '호시탐탐'

민경문 기자공개 2018-08-14 08:20:25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0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자산 80조원이 넘는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자기자본 8000억원도 안되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래액 20조원의 도시바 메모리 M&A에서 5600억원 짜리 인수금융을 성사시킨 현대차증권 얘기다. 베인캐피탈은 글로벌 완성차 5위 회사와 손잡는 기회를, 현대차증권은 해외 IB 영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는 양사 모두 '윈윈'이었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 관련 우선협상자로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선정된 건 지난해 9월이었다. 베인 측은 의결권 있는 주식 외에 5조원의 비전환 우선주 일부도 책임지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 배정키로 한 5000억원대 물량의 향방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수익률이 사실상 보장된 딜이라는 관측 속에 국내 IB간 경쟁이 치열했다. 마지막에 웃은 곳은 현대차증권이었다.

베인캐피탈이 어떤 곳인가. KKR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 쌍벽을 이루는 글로벌 사모펀드다. 최근에는 카버코리아 매각, 휴젤 인수 등 국내 시장에서 잇따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M&A에서도 KKR을 제치고 거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굴지의 PEF가 손을 내민 IB가 자기자본 7958억원의 현대차증권이었다.

전문가들은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존재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실적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판매 5위(기아차 포함)의 '빅' 클라이언트다. 이번 딜로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할 경우 다수의 계열사 딜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호재다.

이번 인수금융 작업을 주도한 이세영 현대차증권 PE 팀장(이사)는 "베인캐피탈은 오랫동안 국내 대기업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대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며 "이번 거래를 통해 향후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M&A 작업에서의 역할 분담을 기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이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 보폭을 늘리고자 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려는 부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주주간 계약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지만 거래만 성사될 경우 한화그룹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베인캐피탈의 낙점을 받은 현대차증권로서도 거래 성사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이 꾸준히 해외 IB사업 확대를 강조해 왔던 터였다. 물론 글로벌 신용평가사, 일본계 로펌 등과의 협업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베인이 총괄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

이 팀장은 "수수료 상당액이 각종 자문사 비용으로 들어갔지만 수익보다는 트랙레코드 마련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다소 지체되긴 했지만 현대차증권은 지난 8일 56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세컨더리 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교직원공제회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채, IPO와 같은 전통 IB 영역에서 초대형 IB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 쉽지 않았던 현대차증권이 신규 IB 딜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PF에서 실적을 내곤 있지만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시장 관계자는 "이 정도 대규모 M&A의 인수금융을 성사시킨 만큼 향후 딜소싱 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