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보다 성과급 많은 한국증권 투자금융본부, 비결은 [증권사 성과보수 분석] ELS 자체헤지 수익 비중 압도적…ELW도 효자 상품
최필우 기자공개 2018-08-21 09:19:00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7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차장급 인사가 올 상반기 22억원의 보수를 수령해 화제다. 투자금융본부를 이끄는 수장도 22억원을 받았다. 오너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임직원이 한 본부에서 두명이나 나오면서 투자금융본부의 고보수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당초 투자금융본부에 고보수를 안겨준 상품으로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이 주목 받았다. 하지만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들은 ETN이 성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고,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워런트증권(ELW) 운용을 통해 올린 성과로 고보수를 지급 받았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양매도 ETN 운용보수, 연 80bp 수준
김연추 투자금융본부 차장은 'TRUE 코스피200 양매도 ETN' 흥행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양매도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해 코스피200이 -5~+5% 구간에 있으면 옵션 프리미엄 수익을 쌓아나갈 수 있는 전략이다. 코스피 200이 5%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으면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횡보장에서 구사하기 적합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상품을 대거 판매한 건 KEB하나은행이다. 다른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에 드라이브를 건 것과 달리 KEB하나은행은 ELT 판매량을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양매도 ETN을 내세워 상품 라인업을 다변화 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양매도 ETN 누적 판매량이 최근 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상품을 기획하고 운용한 김 차장의 보수가 급증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양매도 ETN로 올린 수익은 다른 수익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말 기준 양매도 ETN의 누적 판매량은 5000억원 안팎이다. 이 상품의 운용보수는 연 80bp 수준으로, 상반기 거둬들인 운용보수는 40억원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양매도 ETN이 지난 16일 기준 4% 수준의 1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융본부 자체 운용북을 양매도 ETN에 투자해 성과를 올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차장은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시니어급 운용역으로 ELS를 비롯한 파생상품 운용에 전반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운용보수가 높지 않은 양매도 ETN의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LS 자체헤지 성과 '탁월'…ELW 유동성 '톱'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이 ELS 자체헤지 수익을 꾸준히 늘려 온 덕에 보수가 급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홍콩H지수(HSCEI) 급락 이후 가장 많은 헤지운용 수익을 거둔 증권사로 꼽힌다. 실제 김 차장의 보수 22억원 중 9억원이 2014~2016 회계연도에 올린 성과급의 이연분이었다. 지속적으로 자체헤지 수익을 올리면서 보수 이연분이 누적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는 지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HSCEI 흐름을 예측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HSCEI가 급락한 이후 대다수 증권사가 자체 헤지북 규모를 줄인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반등을 예상하고 자체 헤지북 규모를 기존 두배 이상인 4조원으로 늘렸다. 실제 HSCEI는 회복세를 이어갔고 한국투자증권은 타사를 압도하는 자체헤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HSCEI 상승 흐름이 이어진 지난해에는 오히려 자체 헤지북을 3조 5000억원대로 줄였다.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고 리스크 노출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간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투자증권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난해 리스크를 헤지한 덕에 전년도 상반기에 준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시장 예측은 ELS 헤지 운용에 사용되는 리스크와 가격 평가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어 가능하다는 평이다.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는 옵션 만기에 따른 변동성, 포워드 주가 등을 직접 측정하고 있어 타 증권사 대비 정확하게 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파생상품을 구조화하고 운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ELW도 효자 상품 중 하나다. ELW는 특정 주식을 사전에 정한 시기와 가격에 사고 팔수 있는 증권이다. 2011년 금융위원회가 호가 제한을 규제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발행사 대부분이 시장 철수를 선택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김 차장을 필두로 ELW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남아있는 5개 발행사 중 가장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차장은 트레이딩에 사용되는 내부 시스템 기틀을 만들고 주니어 트레이더를 교육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며 "자체 헤지북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몇년간 연 10억원 안팎의 보수를 수령했고, 올 상반기 이연 보수가 누적되면서 보수 규모가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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