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BCP와는 다르지만...두바이 ABCP도 '리스크' [카타르 ABCP 후폭풍] 카타르 정부 지분 높고 지원의지 충분...금감원 사태 파악중
서정은 기자공개 2018-09-03 10:04:02
이 기사는 2018년 08월 31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터키발 금융불안의 불똥이 국내 머니마켓펀드(MMF) 시장까지 튀었다. 터키 노출도가 높은 중동계은행 정기예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하는 MMF 상품 가입자들이 대거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운용사들은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 해당 ABCP 부실로 직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3개월 전 발생했던 중국 에너지공기업 ABCP의 디폴트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카타르 국립은행(QNB) ABCP 뿐 아니라 두바이은행 ABCP도 2조원 가까이 시장에 유입된 터라 사태가 쉽게 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펀드평가 따르면 이날 기준 MMF설정액은 100조8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일주일새에 MMF 설정액은 7조원이 넘게 줄었다. 터키발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카타르 은행 ABCP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해당 자산을 편입한 MMF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서면서 설정액은 급감하는 상황이다.
운용사들은 '펀드런'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알파에셋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DB자산운용 등 몇몇 운용사들은 이미 환매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나머지 운용사들도 이같은 대응방안을 고심 중이다.
운용사들은 이번 사태가 편입자산의 부실이 아닌 터키의 금융불안으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있었던 중국 ABCP 사태와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카타르국립은행 ABCP의 경우 자산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게 아니라 터키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막힌 상황"이라며 "터키 리스크가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유동성 위기도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타르 은행 정기예금 ABCP 중 대부분은 카타르 국립은행(QNB)이 발행했다. QNB는 터키 5대 민영은행인 피난스뱅크(Finansbank)가 2016년 인수한 곳으로 자산의 15% 가량이 터키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가 약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은행지원 강도가 글로벌 국가 중 높아 ABCP의 상환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카타르를 보면 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의지가 매우 높다"며 "대형은행에 집중된 은행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해외자금 유출에 대해서도 정부의 조달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 등 은행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지원여력 또한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터키 노출도가 있다는 우려만으로 해당 ABCP를 시장에서 무리하게 싸게 내놓을 수 없지는 않느냐"며 "운용사는 헐값에 내놓지 않으려고 하고, 다른 투자자들은 자산을 사지 않으려 하다보니 일시적으로 이런 상황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사 관계자들은 터키발 리스크가 해제될 경우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만기까지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운용사들의 이같은 설명에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대터키 익스포저는 약 12억2000만달러로 알려졌다. 전체의 0.5%에 불과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간접적인 익스포저다.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계열 은행이 발행한 정기예금 유동화잔액은 1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은행 정기예금 유동화 발생잔액의 66.3%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 중에서도 카타르 소재 은행의 발행잔액은 10조6000억원에 달해 단일국가 중 가장 크다. 터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카타르는 터키 외환시장이 흔들리자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국내에서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중동계열 은행은 카타르의 Qatar National Bank, The Commercial Bank, Doha Bank, Al Khaliji 4개 은행과 두바이 에미리트(Emirates) NBD 등 5곳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카타르 은행의 ABCP는 안정적이면서도 고금리 매력을 무기삼아 운용업계에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없어서 못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두바이 에미리트 NBD ABCP 또한 터키발 금융불안 영향권에 놓여있다. 두바이 정부가 55% 가량 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환우려는 낮게 여겨지지만, 터키 익스포저 비중이 1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NICE신용평가가 이달 22일 기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에미리트 NBD가 국내에서 발행한 정기예금 ABCP발행잔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본부장은 "터키와 미국간의 외교적 분쟁이 장기화되고, '이란-터키-러시아'로 이어지는 중동지역 반미 국가 연대가 형성된다면, 카타르 정부의 선택에 따라 경제 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정부 지원의지가 높아 상환 우려는 낮지만,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용사 관계자는 "에미리트NBD ABCP의 경우 금액이 크진 않지만, 운용사들이 카타르 은행 ABCP를 편입할 당시 편입대상에 함께 편입돼있다"며 "터키발 리스크가 MMF시장에까지 번진 만큼 숨어있는 리스크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이번 중동계 은행의 정기예금 ABCP 사태가 펀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태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운용사들의 ABCP 투자 현황에 대한 조사를 한 바 있다"며 "현재 사태 파악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적절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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